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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9 21:10 수정 : 2009.03.29 21:11

왜냐면

음대생들은 불안한 현재이지만
훗날 단 하나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실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다
예술적 가치가 돈으로 재단돼서야

대한민국 사회에서 음악대학 학생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넉넉한 경제적 배경과 매끈한 외모, 풍부한 감수성은 소유했으나 까탈스러운 겉모습을 지닌 사람. 혹은 정반대로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순진무구한 사람.

하지만 이런 관념들은 사실과 다르다.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대구의 한 대학교 음대를 다닌다) 위에 열거한 내용에 부합하는 음대 학생은 소수이며 대개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다. 자신의 가벼운 주머니에 툴툴거리며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장래를 걱정하는 여느 대학생과 다르지 않다. 장래의 불확실성은 어쩌면 다른 단과대생들보다 더욱 짙을지 모르겠다. 전공 분야와 직접 연관되는 직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직장이라고는 시나 도에서 운영하는 공공 연주단체(시립교향악단이나 도립합창단)가 전부인데, 이들 단체의 신규 단원 모집 인원은 소수이며 선발하는 인원도 대부분 계약직이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를 둘러싼 논란이 한 달가량 이어지고 있다. 나를 걱정스럽게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소수이지만 그나마 존속하고 있는 공공 문화·예술 전문 단체가 경제적 논리, 시장의 논리, 상황의 논리에 의해 없어지는 것은 지금 당장 단원들(정확히 말하면 연주자 단원)의 아픔임과 동시에 단원이 되려 하는 음대생과 여타 ‘예비’ 단원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행위라는 것이 그 이유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논란은 국립오페라합창단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공공 연주단체 전체의 문제다. 존재의 기반이 연약한 대한민국의 공공 연주단체들은 언제든지 국립오페라합창단 논란과 유사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순수 예술, 순수 공연예술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수익을 얻고자 하는 시장 논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인 가치로는 측정할 수 없는 예술적 가치를 존중·보호함으로써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다.

음대생들은 비록 불안하고 불안정한 현재이지만 훗날 단 하나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단 하나의 연주를 위해 연습실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다. 그러다 힘들 때면 선배들의 노래와 연주를 들으러 간다. 자신의 미래를 보러 가는 것이다. 선배들의 노래를 계속 듣고 싶다. 나의 미래를 잃고 싶지 않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해체를 반대한다.


정종열 대구 달서구 호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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