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공정거래법 완화하잔 주장은눈앞만 보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
독점기업 늘면 세계경쟁 뒤처져 10여년 만에 다시 겪는 경제위기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의 경기침체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전세계적인 침체와 연결되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 건설공사의 확대 등 여러 가지 단기적인 시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다시는 이런 경제위기를 맞지 않도록 단단한 경제구조를 갖는 일이다. 경제구조가 튼튼하면, 외부의 충격에도 영향을 적게 받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른 나라가 힘들어할 때 우리는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회의에서는 경제위기를 맞아 각국이 공정거래법을 어떻게 집행해야 하느냐가 토의의 주제가 됐다. 이 회의에는 최근 경쟁법 집행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유럽연합(EU)을 포함한 30개 회원국의 경쟁법 관련 기관 대표가 모여서 경제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결에 경쟁법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경제체질의 강화이고, 이는 오직 경쟁 확대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은 위기 때에도 강력하게 집행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공정거래법의 집행을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바로 눈앞만 보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의 법 집행을 완화해서 혹시 독점기업이 생겨난다면, 이 기업은 독점력을 이용하여 값을 올리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경쟁 기업이 없으니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는 그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의 희생 아래 기업은 독점이윤을 획득하게 된다. 독점기업은 국내에서 값을 올림으로써 부도 위기를 면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세계화된 경제체제에서 독점의 이점만 향유하는 기업은 세계경쟁에서 뒤떨어지게 된다. 경제위기라고 해서 공정거래법 집행을 완화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 비전을 없애는 일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시책이 경쟁을 저해하는 내용일 때는 극히 신중해야 하며, 경제위기 극복 뒤에 나타날 수 있는 장기적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강한 경쟁법 집행이 필수적이다.” 이번 오이시디 회의에서 앙헬 구리아 오이시디 사무총장이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서도 경쟁원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말이다. 유럽연합 경쟁담당 집행위원인 네일리 크루스(Neelie Kroes)도 기조연설에서 “경쟁법은 이번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라 해결 방안의 일부”라며 경제위기를 이유로 경쟁법 집행이 완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위기 극복은 단기적인 경제회복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 저력 확대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위기 시대에서 우리가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경쟁원리의 준수, 즉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집행이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경쟁을 기반으로 성장 저력을 다져 나가는데 우리나라만 단기적인 시책에 급급해 중장기적인 경쟁원리를 도외시함으로써, 위기 극복 뒤에 다른 나라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손인옥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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