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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6 17:22 수정 : 2005.05.16 17:22

재반론 ‘암부터 무상의료는 의료비부담 해결 첫걸음‘을 읽고

‘암부터’ 완전 보장하는 제도를 운영할 경우, 당장 생명이 위급하지 않은 경증의 초기 암 환자가 무상으로 치료를 받는 동안 더 의료비 부담이 크고 더 생명이 위급한 중증 뇌출혈 환자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5월2일치 <한겨레>에서 암뿐만 아니라 다른 고액·중증 질환을 포함해 ‘중증질환 완전보장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내 글에 대해,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9일치 한겨레에서 ‘암부터’ 완전보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반론을 제기했다. 이해관계와 정파를 떠나 국민의 이익을 걱정하는 건설적인 반론을 제기해 준 것이 기쁘고 반갑다.

먼저 분명하게 해둘 것은 나는 ‘암만’ 완전보장을 하자는 주장에 반대하는 것뿐 아니라, ‘암부터’ 완전 보장을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제도를 운영하면, 가령 당장 생명이 위급하지 않은 경증의 초기 암 환자가 무상으로 치료를 받는 동안 더 의료비 부담이 크고 생명이 더 위급한 중증 뇌출혈 환자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연간진료비 500만원 이상 중증 질환’ 자료를 보면, 암 가운데 가장 진료비가 높은 폐암의 경우 2003년도에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079만원이었으며, 뇌내출혈의 경우는 1117만원이었다. 뇌출혈 환자가 폐암 환자보다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선천성 심장기형이나 뇌경색증, 중증화상, 급성 심근경색 등 경증 암 환자보다 치료비 부담이나 생명의 위협이 더 큰 환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동안에, 무조건 ‘암부터’ 무상치료를 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김창보 사무국장의 반론대로 여러 환자들에게 소액의 지원을 분산하지 말고 꼭 필요한 환자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자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 집중적인 지원이 ‘암’이라는 단순한 상병 기준이 아니라, ‘생명이 더 위급하고 경제적 부담이 더 큰 환자’라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암부터’라는 구호가 다만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개선하는 첫걸음의 의미를 가지는 것뿐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가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식의 잘못된 첫단추 끼우기 때문에 왜곡된 구조로 고착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 첫걸음을 ‘암부터’라는 단순 기준에 의해 시작했다가, 쉽게 완치될 수 있는 암 환자들이 무상으로 진료를 받는 동안에 다른 중증 질환자들이 치료비가 없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첫단추를 잘못 끼워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추기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김창보 사무국장은 “연간 진료비 500만원 이상을 중증 질환이라고 한다면 499만원인 질환은 그 범위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지만, 중증 질환의 기준은 ‘암부터’라는 단순한 기준에 의해 정해질 수 없는 것처럼 역시 ‘몇백만원 이상’이라는 금액만을 기준에 따라 정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연간 진료비 500만원 이상의 질병들을 나열한 것은 중증 질환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암에 못지않게 큰 부담이 되는 환자가 많다는 실례를 제시하고자 한 것에 불과하다.

‘중증 질환’의 기준은 사망률·진료비·생존율 등 다양한 기준을 감안해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하는 문제이고, 재정적인 한계가 있으면 나이·소득수준 등까지도 감안하여 전문적 연구에 따라 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일단 ‘중증 질환 완전 보장제’에 대한 연구용역부터 착수한 것이다.

나는 최근 건강보험 흑자분의 사용을 둘러싼 논쟁을 바라보며, 각자가 주장하는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결국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결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부디 이 결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진국형 의료보장 체제로 가는 시금석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뿐이다.

고경화/한나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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