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전세금 1천만원 이하 세입자들 내쫓는재건축이라는 기이한 ‘주거환경 개선’
시공사는 깡패 고용해 철거민 폭력
정착률 20% 못되는 세입자 보호장치 전무 2006년 6월20일 광명6동 지역에 재건축사업 승인이 나게 되어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목적 아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었다. 광명6동은 주로 소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밀집 지대였고, 전세금이나 보증금이 1천만원 이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세입자들이 많았는데 가격이 비싼 아파트가 건설되게 된다면 원래 정착해 살던 주민 다수가 쫓겨나는 것은 자명했다. 즉, 원래 살던 주민들을 내쫓는 기이한 방식의 ‘주거환경 개선’이 시작된 것이다. 시공업체인 한진건설은 철거업체를 고용하였고 결국 주택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용역 깡패가 동원되었다. 100여명의 용역 깡패들은 다수가 노인, 장애인, 어린이, 여성인 주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였다. 공권력 역시 전경과 소방대원을 보내 물대포를 쏘고 저항하는 주민들을 폭행하였다. 철거는 이미 지난해 10월께 완료가 되어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고 있고, 20여 가구의 영세 가옥주와 세입자들만 남아 천막 속에서 춥고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광명6동의 사례와 같이 재건축 사업의 경우 세입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조처가 전무하다. 대다수 재건축 사업이 낙후된 주거환경을 보수한다는 미명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실제 해당 지역의 거주민들은 이 사업으로 인해 쫓겨나게 된다. 대다수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의 대상 지역은 주로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지역들이다. 저소득층에게 알맞은 주택이 지어져서 그들의 실질적인 주거권을 보장하는 개발이 되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소득수준에서는 입주와 유지가 불가능한 고가 아파트들로 건설된다. 그러므로 재건축 이후 비싸진 주택가격과 임대료로 인해 원주민들의 정착률은 10~20%를 넘지 못한다. 특히 세입자들은 현행 재건축법이 그들에 대한 아무런 보호조처를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개발이 도시 전역에서 광풍처럼 일고 있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쫓겨난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더욱더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과 인근 대도시에서는 점점 저소득층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주택이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인해 급격한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2006년 서울시 주택국이 작성한 ‘주택 유형별 변화 전망’ 자료는 2012년까지 서울시내 주택 유형의 78%가 아파트가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단독 다가구 주택이 40%가량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광명6동의 주민들 역시 집주인한테서 몇 푼 안 되는 보증금을 돌려받고 다른 집으로 이사하려 해도 그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집이 없다. 당장에 급한 것은 광명6동 주민들에게 주거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한진건설은 세입자들에게 실질적 수준의 주거 이전비를 지급하고 영세 가옥주들에게는 적절한 보상비를 지급함으로써 양자의 주거권이 재개발로 인해 침해되거나 저하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조합과 건설사한테 이러한 요구안이 관철이 되어서 지역 주민의 주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자체 정부는 최대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현행 재건축법을 세입자의 주거권까지 보호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법 개정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각종 개발이 주거권 보장과 향상의 목적이 아닌 건설사의 이윤과 투기적 이득에만 부합하고 있는 현상을 중단시키는 일이다. 뉴타운 사업은 이러한 현상의 전형적인 예이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옳다! 한국과 같이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 나라에서 앞으로 이루어지는 개발은 공적인 성격이 강화되어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즉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구상과 시공 과정에서 국가 및 지자체의 역할이 증대되어야 한다. 또한 건설되는 주택 유형도 ‘무조건 아파트’가 아닌 해당 지역민의 소득수준과 인구수 등을 최대한 고려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살던 사람이 새로 만들어진 집에서 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개발이 아니라 강제추방이다.
이태준 대학생사람연대 회원, 서강대 중문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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