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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4 20:26 수정 : 2009.01.14 20:26

왜냐면

2007년 도서 유통 개선한다며 만든 법
오히려 누구나 10% 할인 가능하게 했고
공정위 경품고시 20%까지 할인 폭 늘려
출혈경쟁 가열 책값 오히려 올리는 악순환
학원까지 가세해 책 판매 이익에 열올려

많은 공산품 중에 유독 책만 유통과정에서 정가를 강제하고 있다. 그만큼 출판문화가 중요하다는 점에 국회도 정부도 동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회는 2002년 8월26일 도서 정가를 포함한 ‘출판문화인쇄진흥법’을 제정 통과시켰다. 그러나 표를 의식한 국회는 “다만 전자상거래는 예외”로 1할을 할인할 수 있게 허용했다. 정가제는 무색해지고 일부 할인업자들이 너도나도 전자상거래라는 상술을 동원해 도서 정가제는 쉽게 무너졌다.

일반 동네서점들이 법을 지키는 가운데 할인매장과 온라인서점들이 합법적(?) 할인으로 호황의 시절을 맞이한 것이다. 2007년 7월19일에는 ‘출판문화유통진흥법’으로 개정되어 누구나 정가의 1할까지 할인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또다시 유통시장은 난장판이 되었고 할인업자들의 일방적 압력과 요구에 의해 도매가는 이중으로 형성되고 출판사의 낮은 도매가격 ‘출혈’로 인한 폐해는 독자의 몫이 되어 책값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출판사들은 양질의 도서보다는 경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오직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데 한 방을 걸고 그 존재의 의미를 찾아왔다. 오직 할인매장과 온라인업자들은 수많은 도서를 진열하거나 갖추고 판매할 필요 없이 그저 이른바 베스트셀러만 팔면 돈을 벌 수 있으니 출판사도 수렁으로 자꾸 빠져들게 되었다.

이렇게 출판문화와 유통이 심각한 환경으로 만들어지면서 그 뜻이 훼손되는데도 그저 ‘값싸면 좋은 것 아닐까’ 하는 단순 논리로 왜곡하며 독자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공정거래위원회까지도 이미 도서 정가에서 1할 할인된 금액에 다시 경품고시를 적용하여 1할 범위로 경품(대부분 마일리지)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약 2할을 직간접 할인할 수 있도록 해 ‘출판문화유통진흥법’은 무력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출판문화유통진흥법’의 취지는 무엇이었고 모순투성이의 그 법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운용하는 까닭을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출판문화유통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경영악화로 고사하는 출판사와 동네서점들만 양산하고 있다. 양질의 도서들을 실핏줄 같은 동네의 작은 공간들(동네서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려던 애초 목적은 실패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숨통을 조여온다. 아니 절벽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초·중·고교생을 상대하는 사설 보습학원들이 각종 도서 판매로 얻는 이익에 혈안이 되어 사교육 본질의 책임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청에서도 ‘학원 내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재 판매행위 금지’를 조례로 정하고 있다. 사교육자로서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벌칙이 미미하고, 설령 위반 사항이 적발되어도 몇 점의 벌점만 받을 뿐이다. 사설 학원들의 도서 판매는 동네서점들보다 더 성행하고 있다. 그들은 출판사를 대행하는 총판들로부터 더 싼 도맷값으로 책을 구입해 더 큰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런 두어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소 동네서점들의 폐업이 잇따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베스트셀러 출판사와 극소수 초대형서점 그리고 인터넷 할인매장만 남게 된다. 비문화적 야만의 시대만 도래할 것이다.

김영헌 정독서점 대표, 전 서울서점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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