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하려면과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전제돼야
식민지배와 분단·전쟁을 성장발전 요인으로 보는
김 지사의 역사인식이 도정에 반영될까 걱정 김문수 경기지사가 어느 단체의 신년 인사회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위기를 통해서 기적을 이룬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우리 대한민국이 일제 식민지가 안 됐다면, 그리고 분단이 안 되고 통일이 되어 있었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오늘의 국민들이 역사적으로 망국과 식민지생활, 전쟁과 분단의 한을 딛고 일어선 앞서의 노력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대한민국이 있었을까. 저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식민사관에 물든 매국적 망발”이라며 비난하자 김지사 쪽은 “우리나라 나는 김 지사의 인사말 의도가 해명 그대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경험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시민단체의 비판처럼 식민사관에 물든 매국적 망발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김 지사의 성장과 학습배경은 식민사관에 물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고 도지사가 매국적 망발을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그의 역사와 상황인식의 판단이 더 걱정스럽다. 김 지사의 발언만을 놓고 볼 때 그는 명백한 역사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고, 더구나 우리나라의 성장발전의 요인을 식민지배와 분단, 전쟁과 결부시켜 해석하고 있는 점에서 그가 도지사로서 결정하는 정책들이 행여 이런 인식의 바탕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을런지 우려된다. 역사의식은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철학적 바탕이다. 나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저주스러운 일제 식민지배가 없었더라면 비극의 국토와 민족분단도 없고 당연히 처참한 동족상잔의 6·25전쟁도 발발하지 않은 채 온전히 현대국가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울러 이런 가정이라면 우리나라는 아마 G7의 선두자리에 있을 것이며 오늘의 고통 자체도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김 지사가 굳이 식민지와 분단, 전쟁을 예로 든다면 그러한 역경을 되새기자는 내용이었어야 한다. 그런데 김지사의 인식은 오히려 그러한 과거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가난과 혼란 속에 있는 동남아의 어느 나라 수준이 되었을 것이라는 인식인 것 같다.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즉 어떤 사회적 요인은 그 요인에 따른 정책을 결정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그 요인에 대한 인식이 다르면 다른 정책이 산출되며 그 요인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오고 천박하면 천박한 정책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최한수 건국대 교수·정치학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