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학생들이 과격시위해야 교육제도 바뀌나 |
어른들이 부추기는 과도한 경쟁 때문에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것인데 오히려 본고사와 기여입학제를 허용해서 경쟁을 더욱 부추기자는 말인가? “내신도 본고사도 싫다”는 학생들의 외침을 듣지 못했는가?
지난 5월7일의 고교생 촛불집회는 고교생의 집단행동으로는 4·19 혁명 이후 이례적인 일이다.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하여 교육부가 이를 무시한다면 또다른 불씨가 촛불시위로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중간고사가 끝나지 않았고, 행사 당일 배치된 700여 교사들에 의해 집으로 돌아가거나 스스로 집으로 발길을 돌린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퇴학을 경고하거나 불참 각서를 받았다는 내용들이 각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행사장에 도착하여 촛불 추모제에 참가한 고교생들의 용기는 놀랄 만하다.
7일 촛불집회에 대해 고교생들은 인터넷 글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평화로운 방법으로 집회를 했는데,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대책이 바뀌지 않았다니, 교육부 테러를 감행하거나 누군가 분신자살을 해야 조금이라도 검토해보지 않겠느냐?”며 극단적인 글을 썼고, 14일 집회의 참여하라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는 “학교와 교육당국이 제발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것이다. 0교시와 야간 자율학습에 학원까지 가야 하는 학생들은 14시간에서 18시간까지 입시공부를 하고 있다. 잠은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또한 학생들의 주장은 “내신도 본고사도 수능도 모두 국·영·수 중심의 성적, 틀 안에서 줄세우기”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성적’을 위해 부모와 학생들은 수십만원, 수백만원의 사교육비로 학원에 돈을 들이고 있다. 도대체 교육부는 내신이든 본고사든 수능이든 국·영·수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줄세우는 것이 잘못된 일임을 모르는 것일까. 현재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머리칼 단속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고, 학생의 견해를 조금이라도 들어 보려는 노력도 없이 어른들이 만든 틀에 가두는 방식밖에 안 된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친구도 없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서로 경쟁하며 싸우라고 하는 어른들의 방식으로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학생들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부 정치권과 특정 언론은 ‘학생들의 주장은 내신제도 폐지에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학에 자율권을 주어 본고사와 기여입학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른들이 부추기는 과도한 경쟁 때문에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것인데 오히려 본고사와 기여입학제를 허용해서 경쟁을 더욱 부추기자는 말인가? “내신도 본고사도 싫다”는 학생들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는 말인가?
광화문에 간디학교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다. 추모제에 참여한 고교생들이 이 노래를 부를 때,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교육방송’(EBS) 1세대인 나는 감동했다.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행복했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인데,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희망을 본 적이 없다. 오직 입시만을 바라보았고, 입시가 다가올수록 절망만 느꼈을 뿐이다. 부디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이 시행되길 바랄 뿐이다.
이계덕/민주노동당 대의원·청소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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