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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1 17:50 수정 : 2005.05.11 17:50

공은 이미 사용자 쪽과 정부 당국에 돌아갔다. 건설플랜트 노동조합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몰릴 만큼 몰린 이들 사회 최하층인 건설노동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동조합의 파업이 55일이 넘었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교섭에 나서야 할 전문건설업체는 조합원이 있니, 없니를 따지며 40일을 버티더니 이제는 아예 교섭방식을 핑계로 실질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 사용자가 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하는 것은 노동법에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의무사항인데도, 노조에서 요구하지도 않는 노무 공급권 운운하며 도망갈 구멍만 찾고 있는 것이다.

건설노동자들 중 누구도 울산지역 전문건설업체의 시간끌기 작전이 단독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건설현장의 생리상 공사 발주처와 하도급 받는 전문건설업체는 주종관계에 있다. 특히 건설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도 발주처다. 울산이 건설플랜트 노-사 사이에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마침내 5월6일 폭력사태가 일어난 근본 이유가 바로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최고 발주처인 에스케이 쪽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플랜트 조합원 3명이 에스케이 울산공장 70미터 높이의 정유탑에서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싸워가면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도, 에스케이는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정작 에스케이는 다른 회사나 국가기관보다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어떠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고 이들이 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게 되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다. 에스케이가, 공장을 직접 건설했으며, 지금도 해마다 크고작은 정기 보수를 통해 공장을 유지시키고 있는 건설 노동자들의 현실을 모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몇십년을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부려먹다가 작년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야 생색내기로 휴게실 하나 지어놓고 자기 책임을 다한 것처럼 도망가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대해서 사용자(전문건설업체)뿐만 아니라 국가기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 담당기관인 노동부조차 사용자가 고용한 노무사의 법논리만 빌리면서 교섭을 한 달 넘게 지체되도록 하는 데 일익을 했고,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면서 실제로 좌지우지하는 원청회사인 에스케이 등의 공단공장장협회는 앞에서는 나몰라라 하고 뒤에서는 불온 유인물이나 뿌리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조합원 825명 집단 강제연행, 22명 구속, 7명 체포영장 발부라는 사상 초유의 탄압을 자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껏 한번이라도 연행됐던 조합원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라는 이유로 하루가 멀다고 경찰서 출두를 남발하며, 조합원의 휴대폰 위치를 추적하는 등 1천명의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 지난 4월28일은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조합원들을 시장통, 버스안, 자가용, 가정집 가릴 것 없이 노동조합 조끼만 입고 있으면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는 계엄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이번 5월6일 폭력사태가 일어나게 된 것은 에스케이 울산공장 정유탑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들에게 최소한의 식량과 침낭, 우의 보급을 요구하는 조합 쪽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고, 심지어 그 조합원 가족들까지 5월5일 폭우가 쏟아지는 어린이날 밤에 집단폭행(성희롱)하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두 시간이 넘게 20여명의 아주머니들이 아이들을 부여잡고 꿇어 앉아 울산 남부경찰서장에게 눈물로 애원하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울산의 건설플랜트 노동조합의 파업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조합원들은 50일이 넘는 파업으로 가정은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건설현장은 기능인력 부족으로 부실공사 위험이 한계를 넘어섰다. 울산시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불안과 걱정 또한 심각하다.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교섭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교섭 당사자인 전문건설업체는 당장 교섭에 임해야 하고, 발주처인 에스케이 역시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나서야 한다.

노동부도 더는 이쪽 저쪽 눈치 보지 말고 적극 중재에 나서기를 바란다. 건설플랜트 파업을 무력화하려고 하는 검경 또한 무리한 강경대응으로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공은 이미 사용자 쪽과 정부 당국에 돌아갔다. 건설플랜트 노동조합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몰릴 만큼 몰린 이들 사회 최하층인 건설 노동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강상규/울산지역건설플랜트 노동조합 상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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