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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1 17:45 수정 : 2005.05.11 17:45

비전공 교사들이 불과 한 번이나 두번 방학 기간에 연수를 받고 ‘공통사회’ 부전공 자격증을 얻어서 국사나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과연 이 정도 연수로 특정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일까?

지난 5월6일 학교 역사교육의 개정 방향에 대한 교육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번에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은 지금과 같이 역사를 사회교과에 포함시키되 국사와 세계사를 다른 사회과목과 분리하여 통합하고, 역사전공 교사를 확충하며, 고등학교 1학년 국사에 근현대사를 보강하여 재량활동시간 등을 활용하여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반갑지만, 그 방안에 대해서는 적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한마디로 교육부의 방안은 역사교육 강화의 겉시늉만 낼 뿐,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부가 역사교육계와 역사학계의 거듭된 주장을 무시하고 역사를 계속해서 사회과 속에 포함시키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역사는 사회 변화와 그 속에서 인간의 활동과 생각,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다루는 교과로서,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그 원리나 법칙을 찾아내려는 다른 사회과 과목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현재의 사회과 구조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유기적인 관련성 속에서 학습하기 어렵게 만듦으로써, 역사교육을 부실하게 만들었다. 사회과를 직접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들 사이에서 사회과 통합을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높다는 것은 7차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연구보고서에서도 이미 나타나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6차와 7차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사, 역사교육계, 역사학계의 반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사회과 통합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교육과정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과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역사를 독립교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교과 이기주의’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정말로 ‘교과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쪽은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회과 통합을 강행한 쪽 아닌가? 그리고 거기에 동조하였던 교육부 아닌가?

이번 발표에서 교육부는 역사전공 교사를 확충하겠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현행 교사 임용체계를 보면, 교육부의 이 발언이 얼마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에 지나지 않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교육과정상 ‘사회과’ 관련 교사자격증은 공통사회, 역사, 지리, 일반사회로 나뉘어 있다. 이전에는 사회(역사), 사회(지리), 사회(일반사회), 사회(공통사회), 역사로 구분되었다. 이중 ‘공통사회’건, ‘사회(역사, 지리, 일반사회 중 하나)’건, ‘사회’라는 이름이 붙은 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역사, 지리, 일반사회 모든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

이런 제도는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교사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당연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중학교 국사 교사의 40% 이상이 역사 전공자가 아니다. 세계사가 3분의 1 가량 포함돼 있는 1학년 사회교사 중 역사교사는 20%가 채 되지 못하며, 역사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 중학교 2학년 사회의 경우도 역사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25%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제7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교련, 실업, 제2외국어 등 일부 수업시수가 줄어든 과목의 교사들이 불과 한 번이나 두 번 방학 기간에 연수를 받고 ‘공통사회’ 부전공 자격증을 얻어서 국사나 세계사뿐 아니라, 지리, 일반사회 등 사회과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과연 이 정도 연수로 특정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일까? 교육부는 과연 그 정도의 강의를 들으면 누구가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교육부가 역사가 ‘사회과’라는 무리한 교육과정 체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 이처럼 무리하게 양성해온 기존의 교사와 교과 운영체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불합리한 교과편제와 교육과정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이런 사회과 편제를 고수하는 것이 일시적인 미봉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학생과 교사를 담보로 하는 것이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길이다.


제발 교육부가 기득권이나 행정상 편의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학교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길인지를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더는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고, 학생들도 무시하는 ‘사회과’를 고집하지 말고, 과목 특성에 따라 ‘역사’를 독립교과로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이라도 학교 역사교육을 바로잡는 길이다. 교육부의 결단을 기대한다.

김한종/한국교원대학교 교수·역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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