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공해병 찾는다며 수십억 쓰던 환경부가막상 피해 속출하자 해결의지 없어
시민의 힘으로 석면특별법 제정하자 석면광산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서 집단적인 석면질환 발병이 확인되었다. 일제 때 개발되어 1980년대까지 운영되었던 석면광산이 있는 충남 홍성과 보령 일대의 마을 주민을 무작위로 215명 조사한 결과 100여명에게서 석면폐와 흉막반, 폐섬유화와 같은 석면병이 관찰되었다. 이들 질병은 이전에는 석면방직공장의 노동자들에게서나 나타나던 직업병으로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길게 생긴 석면 입자가 호흡기를 통해 폐에 박혀 폐를 둘러싸고 있는 막을 딱딱하게 하거나 두껍게 만들어 폐기능을 저하시키는 병이다. 이 중 석면폐는 폐암이나 악성중피종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치료 방법이 없다는 이 병에 주민들이 그것도 조사 대상의 50%에 이르는 높은 비율로 걸렸다니 충격적인 일이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 돌아가신 적지 않은 주민들도 석면병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높다. 작년 여름 필자가 홍성의 한 석면광산을 찾았을 때 70대 후반의 전 마을 이장님은 ‘아버지도, 삼촌도, 다른 여러 친척들도 폐병으로 돌아가셨고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도 폐가 안 좋은 사람이 많다’고 말하며 무슨 대책이 없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치사율이 높은 폐암이나 악성중피종에 걸린 주민들은 대부분 돌아가시고 남은 주민들은 폐질환을 안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환경피해 해결의 원칙 중 하나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런데 석면피해의 원인을 제공한 석면광산이 모두 문을 닫은 지 오래되어 가해자가 사라져 버렸다. 20~30년의 오랜 잠복기로 인해 가해자를 찾기 어려운 석면피해의 특징 때문에 일본이나 유럽 나라들은 석면특별법을 만들어 피해자를 구제하고 있다. 퇴직한 노동자에게 발생한 직업성 질환과 이로 인해 사망한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구제되지 못하는 시효제도 때문에, 그리고 공해병으로서 석면피해를 본 주민들을 위해 석면 노출이 확인되기만 하면 치료와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 발생이 예상됨에도 미리 대처하지 않고 늑장을 부리다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죽어가야 마지못해 나서는 못된 관료행정이다. 작년 국정감사장에서 재개발 지역에서 살다 석면에 노출되어 악성중피종에 걸린 환자의 호소에 환경부 장관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껏 아무런 조사나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공해병 환자를 찾아내기 어렵다며 수십억원의 환경보건 연구비를 지출하던 환경부가 정작 환자가 나타나자 딴소리를 하며 외면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국 유수의 대학병원에 환경성질환 연구센터와 석면중피종센터를 지정해 놓고 있고, 산하 환경과학원에 환경보건센터와 석면분석센터를 두고 있어 석면피해 조사에 바로 착수할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이 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는다. 정부가 석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점은 환경부가 주관하여 노동부, 국토해양부, 교육과학기술부 및 국방부 등이 참가하는 정부 합동 석면정책협의회 운영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회의가 미루어지더니 정작 회의가 열리면 참석자 명단에 있는 담당 과장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사무관들이 그것도 돌아가면서 형식적으로 참석한다. 우리보다 석면 사용 기간이 길고 사용량이 많아 석면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2006년부터 2년6개월 동안 석면특별법을 통해 6천명의 피해자와 유족들을 지원했다. 산업 발전을 위해 사용된 죽음의 광물 석면에 의한 피해는 ‘공해병 문제’요 ‘산업재해’다. 피해자들과 시민의 힘으로 석면피해 조사와 피해구제를 제도화할 ‘석면특별법’ 제정을 이루어내자.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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