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남극해양생물자원 보존협약 총회서한·중·일, ‘크릴 조업선 과학 관찰관 100% 승선’에 반대
보존조처 만장일치 안돼 채택 무산
남극 생태계에 미칠 영향 외면해서야 지난 10월27일부터 11월7일까지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주의 항구 도시 호바트에서 열린 제27차 남극해양생물자원 보존협약 총회에 참석했다. 약칭 ‘카밀라’(CCAMLR) 협약 회의는 남극 대륙과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을 보존하기 위해 1982년 체결되었고 이 협약에 가입해야만 남극 주변 해역, 즉 남빙양에서 조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협약국 중에서도 특히 ‘메로’라고 알고 있는 파타고니아이빨고기(연간 약 800여톤), 남극빙어, 크릴(연간 약 4만톤)을 잡고 있는 최대 조업국이다. 카밀라 협약이 체결된 배경으로 슬픈 남극 생물 남획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인류가 공식적으로 처음 남극을 발견한 것으로 기록한 해는 1819년. 그러나 이미 1784년 즈음부터 유럽인들은 남극 사우스 조지아 섬 등 주변 해역에서 가죽을 얻기 위해 털가죽물개를 사냥해 왔다. 한때 단 5주 만에 약 1만4천마리의 털가죽물개를 잡아 죽였다고도 한다. 털가죽물개가 자취를 감추자 뒤이어 고래가 희생양이 되어 약 150만마리가 도살되었다. 그 이후 바다표범, 물개, 펭귄, 수많은 물고기 등 남극은 200여년간 인간의 약탈과 남획에 시달렸다. 이에 대한 자성과 함께 1980년대 초반 소비에트연방의 크릴 조업에 대한 우려가 더해져 1982년에야 남극의 모든 생물을 포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카밀라 협약이 발효되었다. 이러한 배경 탓에 카밀라 총회는 조업 대상인 어종별로 자원량, 어업 허용 구역, 금어기, 허용 어획량 등 여러 세세한 내용에 대해 일일이 논의하고 세부적인 보존 조처들을 정한다. 최종 조처를 확정할 때 협약국 전원의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보존조처는 채택될 수 없다. 그러나 올해 카밀라 회의는 환경 보전의 입장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회의였다. 그 이유는 한국과 일본, 중국이 ‘크릴 조업선의 과학 관찰관 100% 승선’에 끝까지 반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카밀라 협약에서는 남빙양에서 조업하는 모든 어종의 조업선에 100% 과학 관찰관을 태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 크릴만 아직까지 그러한 규제에서 예외로 과학 관찰관 승선을 업계의 자율에 맡겨 왔다. 한국의 크릴 업체들은 현재까지 과학 관찰관을 단 한 번도 태운 바 없다. 반면에 칠레, 우루과이, 일본, 노르웨이는 모두 자발적으로 관찰관 승선을 행하고 있다. 사실 크릴 조업선에 과학 관찰관을 태우는 목적은 질적으로 양적으로 충분한 과학 데이터를 확보하여 인간의 크릴 조업이 크릴 중심의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남극 생태계에서 고래부터 작은 어류에 이르기까지 크릴을 먹지 않는 생물은 거의 없다. 남극 생태계의 근간이 다름아닌 바로 이 크릴인 것이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바다 속 복잡다단한 생태계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사전 예방적인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크릴 조업선의 100% 관찰관 승선은 분명 논리적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단기적인 이익만을 좇느냐, 지구 공동체의 생태계 보전 노력에 동참하느냐의 갈림길이다. 새해에는 자발적으로 크릴 조업선에 관찰관을 50%라도 승선시켜 장기적으로 지구 생태계 보전과 국익을 융화해 볼 생각은 없는가.
박지현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남극보호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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