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한국 정부가 지원해 줄 2009년 이후 주한미군 주둔 경비(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4차 협상이 지난달 29, 30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미 양국은 분담금 제공 방식을 현금에서 현물로 전환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 비용으로 돌려쓰는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2004년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한국이, 미2사단 이전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협정을 각각 체결했다. 당시에도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에 따라 미군기지를 이전하는데,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굴욕적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정부는 한-미 간 합의라는 것을 근거로 방위비 분담금 전용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축적해 미2사단 이전 비용으로 돌려쓰는 것은 한-미 협정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예산의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한 국가재정법 45조와 회계연도 독립 원칙을 규정한 3조,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명시한 헌법 54조 1항, 접수국 법령을 존중하도록 한 한미주둔군지휘협정(SOFA) 7조 위반이다. 또 방위비 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돌려쓰는 것에 대해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2007년 국회 결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 비용으로 돌려쓴다는 사실을 국회에 정식으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미 양국의 합의는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추가로 투입될 이런 중대한 문제를 정부가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면, 이는 국정조사라도 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문책해야 할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한·미 양국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4월 미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군기지 이전에 미국이 쓸 돈은 24억달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직간접 비용을 합쳐서 13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나머지 미군기지 이전 비용은 모두 한국이 부담하게 된다는 말이다.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이 어차피 줄 돈이기 때문에 미국이 그 돈을 미군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이는 폭력적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및 불법 축적 과정을 외면하는 것이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마다 미군 철수 등 온갖 협박을 해가면서 한국에 증액을 강요해 왔다. 그리고 늘어난 돈을 현금지원분인 군사건설비에 배정해 우리 헌법과 법률, 한-미 간 협정과 국회 결의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그 돈을 축적해 왔다. 방위비 분담금 중 현금으로 지원되는 군사건설비는 미군기지 이전이 논의되기 시작한 2001년의 1041억원에서 2007년의 2976억원으로 뛰었다. 미국은 이 중 대부분인 1조1193억원을 미2사단 이전 비용 충당을 위해 축적해 왔다. 즉, 미국은 자국의 기지 이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요해 그 금액을 축적해 온 것이고, 한국은 주지 않아야 할 돈을 미국에 빼앗긴 것이다.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제도를 개선한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돌려쓰기를 용인해주는 대신 현금 지원을 현물 지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제도 개선’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방위비 분담금 불법 돌려쓰기를 막고, 그동안 불법적으로 축적해 온 방위비 분담금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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