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통합교과형 논술교육 학교 현장 뿌리내려사교육 압도할 수 있단 자신감 퍼지고 있는데
일부 대학 본고사식 출제
영어 제시문과 수학 풀이과정 금지 방침 외면 2009학년도 대학입시의 핵심은 수능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처음 시행했던 수능 등급제에 대한 보완책으로 표준점수와 백분율이 제공되면서 많은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폐지했다. 그렇지만 전체 모집정원의 58%를 선발하는 수시모집에서의 논술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일부 대학(경희대·숙명여대·인하대 등)의 경우, 내신이나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논술만으로 선발하는 전형도 있다. 수시모집만 놓고 보면 올해가 지난해보다 논술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시행 2년째를 맞은 통합교과형 논술도 시행 초기와는 달리 학교 현장에 빠른 속도로 뿌리내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통합논술과 관련하여 연수를 받은 교사들만도 수만명을 헤아릴 정도다. 매년 팀당 500만원씩 지원받고 있는 전국의 1천여 논술동아리도 현장 논술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출제되고 있는 통합논술은 주입식·암기식 교육으로 점철된 고교 교육을 말하기와 쓰기를 중심으로 한 학습자 중심의 창의적 교육으로 바꿔놓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내신이나 수능 성적보다 통합논술 성적이 우수한 신입생이 대학에서도 학문에 대한 적응능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학업 성적까지 월등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통합논술이 교육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황에서 수도권 일부 대학이 우수 신입생 선발에 경도된 나머지 본고사나 다름없는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일선 교육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지난 3일 실시된 ‘수시2-1 외대프런티어Ⅰ’ 전형 논술고사에서 인문·자연계 모두 영어 제시문이 등장했고 자연계 논술에서는 제시된 함수그래프를 이용해 값을 구하면서 풀이과정도 함께 쓸 것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번 외국어대 논술 문제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8월2일 치러진 논술 모의고사에서 영어 제시문과 수학 풀이과정에 따른 답을 구하는 문제가 출제된 바 있다. 당시에도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 본고사형 문제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대입까지는 2005년 8월 만들어진 ‘논술 가이드라인’에 따라 영어 제시문과 수학적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문제 출제는 모두 금지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새 정부의 대입 자율화 조처로 사실상 ‘논술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부로부터 대입 업무를 이관받은 대교협이 총장단 회의를 통해 당분간 ‘논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이를 어기면 징계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번 외국어대 논술에 따른 논란의 핵심은 본격적인 본고사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말 그대로 본고사 부활은 공교육의 입시학원화를 부추기며 또다시 사교육 만능 시대를 조장할 개연성이 높다. 통합논술이야말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내신과 수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전형 방법이라는 점에서 일부 대학이 본고사 부활을 도모하는 것은 우수 학생을 선점하려는 집단이기주의에 다름아니다. 그런 점에서 대교협도 이번 사태의 파장을 고려하여 해당 대학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하여 본고사 부활에 따른 우려를 불식해야 마땅할 것이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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