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습지 저장 탄소 70년간 공장 방출 탄소량과 비슷만약 습지 파괴된다면 50조톤 ‘시한폭탄’ 터지는 꼴
‘지구의 콩팥’ 망가뜨리려는 개발론자 각성해야 지구는 ‘깨어지기 쉬운 생태계’ 또는 ‘녹색의 물방울’이라 했다. 1979년 ‘가이아설’을 제시한 영국의 제임스 러블록은 지구상의 산악과 산맥은 사람의 뼈대, 강과 하천은 혈관, 숲은 허파, 습지는 콩팥, 토양은 우리의 피부에 비견했다. 오염물질을 분해시키고 정화해 ‘지구의 콩팥’이라고 일컬어지는 습지는 다양한 유전자원을 갖고 있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며, 생태계를 구성하는 물질의 원천이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저장고 구실을 하는 귀중한 땅이다. 이런 습지가 개발론자들의 눈에는 빨리 매립해 아파트를 짓거나 공장을 지어 쓸모있는 용도로 사용해야 할 땅이니 안타깝다. 습지에 대한 인식이 전환된 것은 1971년 이란 해안도시인 람사르에서 ‘물새 서식지로서의 습지’를 국제적 공동노력으로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람사르 협약’이 채택되면서부터다. 람사르 협약이란 최초의 국제 환경협약으로 생태·사회·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습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습지의 생태학적 특성을 훼손하지 않는 ‘현명한 이용’을 확산시키려는 국제협약이다. 28일부터 11월4일까지 8일 동안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란 주제로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가 경남 창녕, 창원, 마산에서 열린다. 이 협약에는 현재 158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등록된 습지만도 1704곳이고,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10월 현재 용늪, 우포늪을 비롯한 내륙습지 9곳, 연안습지 3곳 등 총 12곳이 등록됐다. 이들 습지 외에 20여곳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 습지에 대한 정밀조사는 아직 미흡한 상태이지만 지구환경금융(GEP) 자금으로 환경부 습지사업단이 주축이 되어 해마다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습지는 홍수 범람의 억제와 물 공급, 지하수위의 조절과 유지, 하천 수질의 보호와 유지,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 수변과 연계된 심미적 경관 조성 등을 중요한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습지 퇴적물이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육상에서는 식물이 말라죽으면 그 죽은 식물체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또다시 이용 가능한 영양염류가 되어 생태계 물질 순환의 고리 구실을 하지만, 습지는 수분 과잉과 저온 때문에 식물체는 분해가 잘 되지 않아서 식물조직은 육안으로도 쉽게 식별을 할 수 있는 퇴적물로 남게 되는데 이런 퇴적물을 이탄(泥炭)이라고 부른다. 이탄의 재료가 되는 습지식물은 살아 있을 때 광합성으로 흡수한 탄소를 자기 몸속에 최소 38%를 저장해서 퇴적되므로 습지를 ‘탄소 저장고’라 한다.
전세계 습지에 저장된 탄소의 양은 과거 인류가 70년간 공업적으로 방출한 탄소의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만약 지구상의 모든 습지와 이탄지가 파괴된다면 50조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습지는 ‘탄소 저장고’인 동시에 ‘탄소 시한폭탄’인 것이다. 습지는 지구상에서 생명을 부양하는 가장 생산적인 시스템이고 생물학적, 수문학적 및 경관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국민들의 ‘녹색 갈증’도 덜어준다. 습지가 훼손되면 인간과 자연 공동체가 깨질뿐더러,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 저장고로서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천재지변에 의한 자연적인 훼손은 어쩔 수 없겠지만 개발을 앞세운 인위적인 파괴나 훼손이 가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습지가 자연의 콩팥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이번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습지 보전에 머리를 맞대자. 강상준 충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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