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유명인이 자살하면 그를 동일시해 자살한다는 ‘베르테르 효과’ 보도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또 자살을 하는 ‘루핑 효과’ 불러와
체계적인 자살예방교육 학교교육 도입하고 언론도 자기반성 해야 최진실의 자살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고, 베르테르 효과 및 우울증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자살의 심리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우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이론은 인간에게는 자기를 파괴하려는 본능이 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가 설명한 자기파괴 충동은 정상적인 사람은 자아기제를 통해 통제되지만 자아가 약해진 상황에서는 공격성이 실질적으로 표현된다. 그의 이론은 우울성에 기초하는데, 우울증 환자의 경우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공격성이 자신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삶에의 본능과 더불어 죽음의 본능을 인간이 함께 공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죽음의 본능이 표현되는 상황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자살이라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구체화시킨 카를 메닝거는 자살심리의 배경에는 세 가지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죽기, 죽이기, 그리고 죽임을 당하기이다. 이 동기들은 대개 무의식적인 것으로 정신분석을 통해서만 밝혀진다. 메닝거는 이러한 동기는 죽음의 본능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메닝거는 한 소년의 사례를 통하여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소년은 게으르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심하게 꾸중을 들었다. 몇 시간 뒤에 그는 창고에서 목을 매 죽었다. 우리는 그러한 행위가 복수라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누구나 어린 시절에 그와 같은 감정이 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생각만 했을 뿐 실행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부모가 우리를 그렇게 심하게 대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년은 앞질러 실행한 것이다. 그의 미움이 너무도 강렬하여 그것을 풀기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고까지 생각한 것이다. 메닝거는 인간이 죽음의 본능에 따라 자살할 때에는 무의식적인 소망이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무의식적인 자살은 우리가 단순히 사고로 처리하는 부주의에 의한 자살 및 자해 행위도 포함된다. 무의식적 부주의에 의한 자기 파괴적 행위는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은 후 위험한 커브에서 자동차를 과속하는 경우나 상관으로부터 모욕을 받고 돌부리를 걷어차는 행위는 무의식적인 자해 행위의 일종이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평범한 사고도 이러한 무의식적인 소원이 작용할 수 있다. 자살 사망자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사건이 있었거나 심한 모욕을 받은 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리고 그 무의식적인 자해 행위를 잘 이해할 수 있거나, 관찰할 수 있다면 자살뿐 아니라 일반 사고까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실의 자살과 관련된 최근 언론보도는 많은 우려를 자아내게 하였다. 자살 장소와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는 물론 자살에 사용된 도구의 구입 방법과 사용 방법까지 묘사하는 선정적인 언론 매체의 경쟁보도는 또다른 자살자를 만들어 내고, 이것을 다시 베르테르 효과라는 이름으로 또다른 뉴스를 양상하는 이중적인 잣대는 또다른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 캐나다 이안 해킹 교수는 ‘만들어진 사람들’(Making Up People)이라는 논문에서, 새로운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이러한 사실들이 상호작용하게 되어 사람이 변하기 때문에 이미 이전의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즉 대상이 변했기 때문에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에 영향을 받은 다른 종류의 사람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것을 루핑 효과(looping effect)라고 한다. 유명인을 모방하고 동일시하여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아니라 언론의 자극적이고 지속적인 보도로 새로운 사실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자살을 하는 루핑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회원로와 시민사회단체에서 범국민적인 자살예방운동을 펼치기 위한 ‘자살없는 건강한 사회모임’이 결성되었다고 한다. 자살 없는 건강한 사회는 짧은 기간의 관심과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큰 틀을 짜야 한다. 건강한 마음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되도록 초등학교부터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언론매체의 자기반성적인 자정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유의태 동국대 죽음교육연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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