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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4 19:57 수정 : 2008.09.04 19:57

왜냐면

탁상행정. 국민이 공무원을 비판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지 않고 책상에 앉아 섣불리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일 게다. 그런데 가끔은 책상에서도 보이는 눈에 빤한 것들이 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합법이라는 탈을 쓰고 혹은 명백한 증거가 없어서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방송 민원 담당자로서 일을 하다 보면 뒷목이 뻐근하고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많다. 막무가내 억지 주장을 하는 철없는(?) 민원인들도 원망스럽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를 봉으로 여기는 듯한 일부 케이블방송사들의 횡포 때문이다.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상파방송은 2013년부터 아날로그 송출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상파방송에 한정된다. 케이블방송의 디지털 송출은 아직까지 법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그런데 일부 케이블이 이 점을 악용하여 시청자를 기만하는 영업 행위를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뉴스 보셨죠? 조만간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는데 지금 신청하시면 6개월 무료 드릴게요” “ 아날로그 셋톱박스 디지털로 안 바꾸고 계시다가 갑자기 방송 끊기면 저희가 책임 못져요” 등의 황당발랄한 허위성 멘트를 들은 시청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아날로그보다 비싼 디지털 상품으로 바꾸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다.

내달부터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한다. 아이피티브이서비스는 시청자가 느끼기에 디지털케이블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당장은 케이블에 등을 돌릴 것이란 생각이다. 케이블이 주장하듯, 비대칭 규제로 인한 상대적 불이익, 거대 자본의 공격적 마케팅도 한 요인이 되겠지만, 지난 10여 년간 지역에서 독점을 해온 케이블이 보여준 갖가지 행태에 이골이 나서 대체재가 나오면 무조건 바꾸고 볼 사람도 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 케이블은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와신상담을 해야 한다. 고객센터를 아웃소싱하거나 민원 처리 인원을 축소하는 등 시청자권익 증진에 역행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협회에 시청자 전담 부서는커녕 담당자 한 명도 없다는 사실 역시 케이블의 부족한 시청자 인식을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 봐야 후회하는 건 시청자가 아닌 케이블방송사 자신들이다. 시청자를 향한 환골탈태를 기대해 본다.

봉지욱 방송통신위 시청자권익증진과 케이블방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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