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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1 17:06 수정 : 2005.05.01 17:06

교육부가 밝히고 있는 ‘교원평가제’ 도입의 근거는 “실추된 공교육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이 스스로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이 붕괴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 심각하게 왜곡되고 파행에 이르게 된 것이 과연 누구의 탓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한겨레> 4월25일치 ‘전교조, 학생평가 수용, 동료평가 불가’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전교조의 대안인 ‘학교교육 종합평가’ 내용의 한 부분인 ‘자기평가’ 방식에 대해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정정 보도를 요청한 바 있다. 한마디로, 전교조는 지금까지 교육부의 교원평가 실시 방침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바꾼 적이 없다. 그런데 마치 교원평가 시안을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교원평가에 대한 전교조의 분명한 의사를 밝히고자 한다.

교육부 ‘교원평가제’ 시안(이하 ‘교육부 시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교원평가제 실시 목적은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교사의 수업 전문성 신장’이다. 그러므로 수업활동 평가에 한한다. 둘째,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교장·교감·동료교사·학부모·학생 등이 모두 참여하는 다면평가 형식이다. 교장·교감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셋째, 평가 결과 우수교원에게는 해외연수 등 인센티브를 주고 능력개발 희망 교원(지도력부족 교원)의 경우는 ‘능력향상 연수과정’(나머지 공부)를 실시한다.

나는 세 가지 이유로 현재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교원평가’에 반대한다.

첫째, 교육부의 교원평가 시안은 크게 3가지 허구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현행 근무평정과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교사평가 제도인 근무평정을 그대로 두면서, 또하나의 평가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는데, 근무평정은 상대평가(수 20%, 우 40%, 미 30%, 양 10%)이고 비공개이지만, 새로운 교사평가는 절대평가이며 본인에게 통지되므로 공개다. 근평 등 승진제도의 개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교사들의 불만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당근에 불과하다. 또 1일 공개수업 형태를 주요한 평가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매년 수만명의 교사들이 공개수업(연구수업)을 해왔지만, 수업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없다. 연구수업은 보여주기 수업으로서 형식화할 뿐 수업 전문성 신장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자율연구 풍토 조성 및 여건 개선을 위한 대책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현재의 시안은 능력개발 필요(혹은 희망) 교원을 제대로 가려낼 수 없다. 연 1회 공개수업만으로 능력개발 필요교원을 가려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적격 교원은 주로 성추행·상습폭력 및 도박·금품수수 등 부도덕한 교사를 말하는 것이지, (보여주기) 수업을 잘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가 교원평가제를 실시하려는 의도와 배경이 불순하다. 교육부가 밝히고 있는 ‘교원평가제’ 도입의 근거는 “실추된 공교육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이 스스로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짚어보자.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이 붕괴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 심각하게 왜곡되고 파행에 이르게 된 것이 과연 누구의 탓인가. 정부는 학벌숭상주의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하여 과열 입시경쟁 체제를 공고히 하고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조장하는 데 앞장서 왔으며, 현장 교사들에게 그 충실한 시녀 역할을 강요해 오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교육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돌아보기는커녕 교육정책의 실패를 교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셋째, 만약 교원평가제가 이대로 시행된다면 학교현장은 황폐화될 게 뻔하다. 학교 현장에서 협력적 교육활동은 거의 자취를 감출 것이다. 교사들은 인기에 영합하는 연예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뿐인가.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을 친절하게 돌보거나 진지하게 상담하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르치는 일을 조금씩 포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로지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점수따기 교육과 ‘보여주기 수업을 위한 기술’ 연마에만 매진하기를 강요받을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교육에 효율과 성과 등 계량화된 경쟁 기제를 도입해서 질적 제고를 꾀하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 교육부와 정부는 이제까지 투자 없이 ‘손 안 대고 코 푼’ 교원정책을 반성하고 실질적으로 교원의 전문성을 위한 기초로서 교원양성과 임용체제를 획기적으로 재정립하고, 현장에서도 지속적인 연구와 연수가 가능하도록 자율연수 체제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성추행·폭력·상습적 금품수수 등 죄질이 나쁜 교사는 교원평가와는 별도로 징계 강화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교육부는 둘 중 하나를 분명하게 선택하여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교사를 전문직 -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은 계량화 방식으로 아무렇게나 평가할 수 없다! - 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솔직히 고백하든지, 아니면 공교육 정상화와 교원 양성, 임용, 연수제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비용이 많이 드니까 그냥 손쉽고 저렴한 교원평가제를 밀어붙이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신정섭/전교조 대전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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