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불법 키울 우려민간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주관하면
고수익 사회 소외계층에 환원할 수 있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사행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사행산업을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사행산업은 복권·경마·카지노로 대표되는데, 그 연간 매출액이 10조원을 넘고, 사행산업으로 온갖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행산업의 본질에 대한 오해가 폭넓게 퍼져 있고, 사행산업의 규제가 갖는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사행산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이중적이고, 국민들의 대응은 지나치게 감성적이다. 필자가 복권위원회 위원과 한국마사회 경영평가위원을 각각 3년씩 하면서 우리나라 사행산업의 현실을 살펴본 경험을 중심으로, 사행산업의 본질과 사행산업 규제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논점을 정리해 본다. 사행산업에 대한 최선의 이상적 해결책은 무엇인가? 물론 도박 욕구가 모두 사라지고 사행산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흡연·음주·도박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욕구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세상은 분명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정부가 ‘욕구’를 규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자 역사적 교훈이다. 욕구가 존재하는데 정부가 그 욕구를 금지시킨다든지 통제하면 반드시 암시장이 발생하여 규제하지 않은 것보다 더 해로운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이 사회에서 술을 제거한다는 이상적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불법 밀주 생산과 유통을 통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켰던 사실은 그 좋은 사례다. 인간의 욕구는 그것이 옳든 그르든,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박 욕구 역시, 비록 그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그 욕구를 소멸시킬 방법은 없는 것이다. 도박 욕구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차선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사행산업의 시행을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다. 복권이든 경마든 카지노 등 모든 도박은 주관적 확률과 객관적 확률의 차이를 이용하여 사업 시행자가 쉽게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산업이다. 사행산업을 허용하면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행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의 소외계층에 돌려 주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는, 도박 욕구를 갖는 위험 선호자(risk-lover)에게서 돈을 받아, 그것을 위험 회피자(risk-averter)에게로 이전시켜 분배하는 것이다. 이런 소득 재분배가 바람직하게 이뤄지게 하려면, 사행산업을 정부가 시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복권이나 경마를 민간에 맡기지 않고 공공부문에서 직접 시행하는 것이다. 더 해로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사행산업의 시행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사행산업에 대한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행산업의 본질을 고려할 때, 사행산업의 규제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첫째, 얼핏 생각하기와는 반대로, 사행산업의 규모를 줄이려는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도박 욕구가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권 사행산업의 규모를 축소시키면, 그 반작용으로 불법도박의 암시장이 형성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경마를 즐기기 어렵도록 규제를 강화하면 불법 사설경마가 창궐하고, 카지노를 못하게 하면 불법 사설도박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다이야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불법도박은 제도권의 사행산업에 비하여 훨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차라리 도박 욕구를 제도권이 충분히 수용하여 암시장의 형성을 막고, 이익금의 사회 환원을 통해 소득 재분배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나을 것이다. 둘째, 사행산업의 이익금을 제대로 배분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은 사행산업의 이익금으로 대영박물관을 세웠고, 홍콩은 경마 수익금으로 세계적인 대학인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를 만들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복권과 경마 수익금이 잘게 쪼개져 정부 부처의 예산 보조금 정도로 사용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이 보기에 이해할 수 있는 수익금 사용 방식의 재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사행산업을 정부가 시행함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방향의 감독과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행산업을 정부가 시행하면, 이윤동기가 존재하는 민간에 비하여 방만한 경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비효율성을 줄이고 사회 환원을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행산업 규제의 올바른 방향이다. 정진욱/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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