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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28 23:35 수정 : 2008.08.28 23:45

왜냐면

비정규직 버스기사 방송 제보로
적자보전금 더 타내는 버스회사 고발
혈세 도둑질 행태 드러났지만
욕설·비방 시달리다 계약 해지 쫓겨나
법 개정 통해 신분보장 조처 마련해야

“누구든지 신고를 한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 차별을 당하였거나 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때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해당 불이익 처분의 원상회복·전직·징계의 보류 등 신분보장 조치와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위 문구는 2002년 1월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패방지법(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패행위 신고자에 대한 신분보장 조항의 일부다. 부패행위를 알게 되었을 때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나 공직자의 경우 수사기관, 감사원, 권익위에 신고할 경우, 또한 피신고자의 소속기관이나 지도·감독하는 공공기관에 신고할 경우 상기 신분보장을 포함하여 책임 감면, 비밀 준수 면책, 신변보호 등 각종 법적 보호조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든지’ 신고할 경우 신분상 불이익에 대한 법적 구제 장치가 구비되어 있으면 좋은데, 비정규직의 경우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모임을 통해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전직 서울시내 버스 기사 ㄱ씨 경우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ㄱ씨는 작년 가을 소속 버스회사에서 현금 승차하는 인원을 누락하는 방법으로 수입을 축소하여 서울시로부터 재정적자 보전금을 더 타내는 것을 목격하고 방송사 기자에 제보하였다. 기자는 서울시 관리부서 공무원와 함께 해당 버스회사의 불법행위를 찾아내어 뉴스가 나갔고, 회사 대표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버스운송사업조합에 ㄱ씨에게 우선적으로 300만원 포상금을 지급하라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처럼 ㄱ씨의 제보로 국민 혈세를 도둑질하는 버스회사의 행태가 드러나게 되었음에도, 회사에서는 전체 직원들 앞에서 ㄱ씨가 없는 사실을 방송사에 제보함으로써 회사가 어려워져 월급도 제대로 주기 힘들다는 식으로 얘기해 그는 다른 직원들로부터 욕설과 협박에 시달려야 했을 뿐 아니라 통상적으로 1년 단위 재계약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올 4월 계약이 만료되자 연장계약이 되지 않아 지금까지 실업자 신세로 지내고 있다. 물론 회사 쪽에서는 재계약을 하지 않은 사유가 제보 때문이 아니라 운행 중 흡연 등 징계사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신고 대상이 된 조직에서 사용하는 통상적인 수법이다.

분명 ㄱ씨는 제보 때문에 직장을 잃은 것이 확실한데, 그러면 권익위에서 법적 보호조처를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번째는 ㄱ씨가 권익위나 서울시 등에 신고한 것이 아니라 방송사에 제보를 한 것이기 때문에 법에서 규정하는 신고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서울시가 ㄱ씨의 제보를 인정하여 버스운송조합에 포상금 지급을 요구한 근거를 들어 신고자로서 볼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지만, 설령 신고자로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다음 문제 앞에서 전혀 더 나아갈 길이 없다는 것이다. 정규직 직원이 파면이나 해고를 당한 것이라면, 권익위가 해당 기관이나 기업에 그러한 징계에 대해서 취소를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때는 과태료 부과 내지 형사처벌까지 가능하지만, ㄱ씨처럼 비정규직인 경우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권익위에서 계약연장을 요구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ㄱ씨는 생계를 위해서 재취업이 하루라도 빨리 필요한 상황이나 여타 버스회사에서 ㄱ씨 같은 사람을 채용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영개념의 버스회사 등에 취업이 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이런 취업알선은 신분보장 조처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권익위가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평범한 시민이 공익을 위해서 잘못된 행위를 제보하고서는, 자신은 직장에서 쫓겨나 거리를 전전하게 된다면 앞으로 누가 부패나 비리를 목격하더라도 그것을 신고할 수 있겠는가? 특히 가뜩이나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계약직의 경우 이처럼 취업알선 등과 같은 필요한 보호가 없다면 자신이 속한 기관이나 기업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를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 신분보장 조처에 취업알선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지문/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모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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