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국내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소비 등 내수 경기의 부진은 깊어가고 있고,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수출이 신흥시장 확대와 수출 단가 상승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는 있지만 수입이 더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도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올 연초부터 사상최고치를 연일 갱신하며 천장을 모르고 오르던 국제 유가는 최근 들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국내외 경제 전망기관들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국내 경제가 이미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면서 향후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가장 우려할 일은 소비자나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다양한 경제활동 의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과 비관적인 경기 전망에 따른 경제심리 악화는 실제 소비 및 기업 활동의 위축을 가져오고 이는 다시 소득 감소 및 고용 악화를 낳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이 가장 주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무엇보다도 경제를 활성화시켜 줄 수 있으리라는 국민의 기대에 힘입어 탄생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왜곡된 포퓰리즘에 스스로 빠져 실용주의라는 모호한 기치 아래 자유주의적 정책 공약까지도 하나하나 포기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만 있었지 실효성 있는 친기업적인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 듯하다. 또 개인적으로는 많은 한국인들이 부자가 되고 싶다든지 대기업의 최대주주 경영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반기업 정서가 아주 높은 편이다. 정부는 우선 업적에 따른 분배가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정의로운 분배라고 믿고 기업가적 혁신의 고양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친기업적인 자본주의 정신을 확립하는 데 힘을 쏟아야 될 것이다.
오는 8월15일은 63년 전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난 날이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발전시켜 왔으며, 오늘 우리는 이를 기반으로 다시 한번 힘찬 경제적 도약을 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건강한 기업가 정신과 의지를 약화시키는 여러 제약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아 온 경제인들에 대해 사회적 차원에서 사면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단순한 용서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지속적 성장과 21세기의 새로운 경제 도약을 위해 그 한 축으로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이한유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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