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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31 19:03 수정 : 2008.07.31 19:03

왜냐면

과중한 업무 시달리는 사립유치원
‘평가 준비’ 가욋일로 아이들 돌볼 시간 뺏길 우려
획일적 평가기준 다양성 해칠 수도

질 높은 유치원 교육을 제공하자면 질 높은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하고, 이와 더불어 교사의 자질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치원 교육은 초·중·고교처럼 과목별로 준비된 교과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 생활을 통해 각 영역의 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사립 유치원 교사들은 이런 과중한 업무를 피해 가지 못한다. 국·공립 유치원에 근무하는 동료교사에 비해 보수가 낮고 근무여건도 열악하다. 상당수 교사들이 이런 격차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있고 또 밝게 커가는 유아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시행이 예고돼 있는 유치원 평가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사립 유치원 교사에게 더욱 무거운 짐을 안겨주게 된다.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쪽에서는 이런 교사들의 현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행에 앞서 다음 사항을 깊이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우선, 현재 상태에서 무작정 평가를 시행하면 유치원 교사들의 업무가 매우 많아진다. 사립 유치원 교사들은 늘 업무가 많다. 평가를 진행하려면 평가 준비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더해진다. 지금보다 퇴근시간이 더 늦어지고, 교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고 아이들에게 쏟아야 할 정성이 흐트러진다. 상당 기간 비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것은 뻔한 사실이다.

둘째, 사립 유치원은 국가의 인건비 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이다. 국가로부터 모든 것을 지원받는 공립 유치원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것은 형평성의 원리에 어긋난다. 그런 기준으로 진행하려면 평가에 앞서 사립 유치원 교사들이 국·공립 유치원 교사와 동일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사립 유치원은 교육청의 인·허가를 받아야 설립할 수 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장학지도를 받는다. 정기적으로 장학지도까지 받고 있는 유치원에 다시 평가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중으로 같은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넷째, 사립 유치원은 유치원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교육 특성이 달라지기도 하고, 설립자의 교육관에 따라서도 교육의 내용이 달라진다. 학부모들도 그 다양성을 보고 교육기관을 선택한다. 획일적인 평가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유치원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섯째, 현재 나와 있는 시안을 보면 평가 대상 유치원을 선정하는 시기와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평가를 받는 유치원은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매년 2월 정도에 선정해 발표하고 정기적인 교사 교육을 통해 평가를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학기 중에 평가 대상 유치원을 선정해 갑자기 한두 달 만에 준비하도록 하는 것은 유치원의 현실을 잘 모르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유치원 평가는 좀더 치밀한 준비를 거쳐 앞으로 2년 정도 지난 뒤에나 가능하다고 본다. 만약 평가가 이루어지더라도 평가기준을 좀더 객관화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고, 개별 유치원들에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어야 한다. 또한 교사들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국·공립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평가가 제대로 되고 유치원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은조 동화나라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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