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과중한 정력과 시간 부담 교육적 폐풍 반대입학시험은 공포심·요행심 조장 심신발육 저해
내신·면접만으로 입시 대체 혁신
배화여고 교육철학 구현할 교육감을 1933년 2월8일, 기독교 계열의 사립명문 여학교인 배화여고(수업 연한 4년으로 오늘날의 중·고교 과정 학교)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입시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첫째,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내신성적만을 참고하여 학력을 조사하며, 둘째 구두시험, 곧 면접시험만으로 품성과 재능을 조사하여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중등학교에서 별도의 필기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배화여고의 결정은 매우 혁신적인 내용이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취재기자는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먼저, “천진난만한 학령아동으로서 입학시험에 낙제를 하고 몇 해씩 묵는 일”이 있다며 한참 뛰어놀아야 할 어린 학생들이 재수·삼수로 시간을 낭비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 “낙제한 것이 부끄러워 단순한 생각에 불의의 최후를 마치는 일”로 요즘과 같이 시험에 떨어진 충격으로 가출하거나 자살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상황으로 “시험지옥이라는 술어까지 생겨나게 되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배화여고가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게 어디 70여년 전의 일인가? 당시의 초등학교 현실이 수능과 대학입시로 찌들어 있는 오늘날의 고등학교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열심히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원으로 몰려다니며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이들의 일차적 목적은 특목고·자사고·국제고 계열 입학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대로 자사고 100개를 더 만들면 현재의 특목고와 자사고 등을 합쳐 150개가 넘게 되며, 이는 전국 1457개 일반계 고등학교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한다. 이들 학교 입학이 곧 명문대 입학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학생은 물론이고 다수의 초등학생이 특목고와 자사고 입학 준비에 매달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배화여고의 무시험 입시제도 발표를 통해 본 당시 현실은 거꾸로 선 ‘오래된 미래’다. 이것이 결코 우리의 미래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당시 배화여고는 다음과 같이 예언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보통학교(초등학교) 6년에 상급학교 시험 준비 때문에 생도에게 너무 과중한 정력과 시간 부담을 시키는 교육상 폐풍을 반대하는 의미에서. 둘째, 입학시험은 생도에게 공포심과 요행심을 거듭하는 것이니 12∼13살 소녀의 심신 발육에 적지 아니한 해를 끼치는 교육상 좋지 못한 일임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셋째, 입학시험 성적이 출신교 평소 성적과 딴판으로 틀리고 입학시킨 후도 성적과 반대되는 일을 가끔 발견할 수 있는 것을 보아 그리고 정확한 것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넷째, 중등학교 입학시험이 본시 교육의 본의가 아니므로.”
75년 전 배화여고의 교육철학을 이행할 후보는 누굴까? 서울 시민의 선택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승배 경기 광명시 하안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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