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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7 17:41 수정 : 2005.04.27 17:41

북을 통과한다는 불안정성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북이 가스관 길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는 있지만, 잘 해결하면 남북교류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앙가르스크 유전에서 중국의 다칭을 거쳐 다롄에서 한국의 평택으로 들어오는 가스노선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 국익을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들었다. 이 점에서 시베리아 가스관을 놓고 일본과 경쟁하고 중국 주장이 우리와 부합된다는 논리를 정부 관계자들이 밝혀 왔다. 물론 시베리아를 거쳐 연해주와 한반도로 오는 노선도 상정되었지만, 이 노선은 북한의 불안정성 때문에 우리에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지 이 노선이 어떻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외교적 노력이나 투자를 했던 것은 아니며, 단지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기대만 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타이셰트~시베리아~연해주 페레보즈나야로 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이 결정되면서, 말 많던 가스관 노선도 이 노선으로 결정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이 노선을 한반도까지 연결할 구상도 가지고 있고, 이를 북한과 토의하기 위하여 가스프롬의 밀러 사장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가스 에너지 담당자들이 한국의 기업과, 특히 가스공사와 이 문제를 토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번 5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될지도 모른다.

북한으로서는 가스가 나진을 통하여 원산으로, 그리고 평양으로 서울로 가는 노선을 마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가스관 통과로 북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도 문제와는 달리 인력이 오가는 노선이 아니므로, 굳이 인적이 적은 동해선을 고집해야 할 이유도 없다. 남으로서도 시베리아 가스를 통하여 북의 핵문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기회를 갖는 셈이고, 아울러 한반도의 에너지 안보에 큰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보기에 북을 통과한다는 불안정성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북이 가스관 길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잘 해결하면 남북교류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더구나 에너지 공급처인 러시아가 러시아의 에너지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주변 강대국 중 유일하고 일관되게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하고 있으며, 지금은 이들이 앞장서서 가스관 건설 문제로 북을 설득하고 있다.

물론, 이 노선이 중국을 관통하는 노선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중국 노선으로 하면 다롄에서 평택만 연결하면 되는 것이지만, 연해주 노선은 핫산에서부터 북한을 통과하여 한국으로 오는 국외 비용도 상당 부분을 한국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통일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북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접근이라면, 이것은 어차피 들어갈 비용이 되는 것이다. 이 비용을 어떻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용도로 잘 쓸 것이냐가 문제인데 지금처럼 적절한 시기는 없을 것이다.

이 가스관은 사할린 가스와도 연결되게 돼 있고 미국이 주로 투자하고 있는 사할린 프로젝트에서는 이 사할린 가스를 북의 핵문제 대체 방안으로 심심찮게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전부가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하지 않는 힘들이 분명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가스 문제가 해결되면 역으로 송유관 문제와 철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기반건설에 중복 투자를 피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 같다. 어디서도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한국의 에너지 담당자들은 죽은 자식 뭐 만지듯 중국을 통과하는 가스노선의 환상에서 벗어나, 새시베리아 가스 노선에 대한 적극적 검토와 외교적 추진을 신속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중국을 통한 노선이 당장은 안전할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중국에 우리의 모든 운명을 맡기는 셈이요, 북한 핵문제를 동북아시아의 힘으로 해결할 기회를 상실하는 길이다. 다행히 세월은 우리 편이 되어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개척할 기회를 다시한번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리한 환경들을 잘 연결하고 조합하면 반드시 통일과 평화의 동북아 시대를 개척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힘있는 균형외교는 이런 측면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회는 우리가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슬며시 우리 곁으로 다가 왔고, 이 기회를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민족의 100년을 결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김현동/동북아평화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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