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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0 19:02 수정 : 2008.07.10 19:02

왜냐면

심의위가 표현의 자유·소비자 권리 침해
불법정보는 청소년 유해 정보로 해석해야
백번 양보해서 심의대상 된다 해도
업무방해죄의 위계·위력 적용 해당 안돼
추상적 규정으로 사전검열 권한남용

지난 7월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포털 다음의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 80건을 심의해 그중 58건에 대해 ‘해당 정보의 삭제’ 시정요구를 했다.

위원회는 대상 글이 위법이라고 하나, 오히려 위원회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국민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했음을 알아야 한다. 우선 대상 글이 위원회의 심의 대상인지부터가 의문이다. 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에 따라 대상 글을 심의했다고 한다. 위 시행령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7에 따른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정보”를 위원회의 심의 대상으로 규정한다.

먼저 분명히할 것은 불법정보 및 청소년 유해정보가 예시규정이라 하더라도 위원회가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기만 하면 심의 대상이 된다고 폭넓게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되면 해당 글의 삭제 등 심각한 기본권 침해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심의 대상은 불법정보 및 청소년 유해정보에 준하는 불법적이고 유해한 정보라고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대상 글이 ‘청소년 유해 정보’가 아님은 말할 것도 없으니 아마 ‘불법 정보’라고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보보호법 제44조의 7은 불법정보를 “음란 정보, 명예훼손 정보, 공포심 유발 정보, 정보통신시스템 훼손 정보, 청소년 유해 정보, 사행행위 정보, 국가기밀 누설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기타 범죄목적 정보”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도대체 대상 글이 위 어디의 불법 정보에 해당한단 말인가.

백번 양보해 심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위원회는 대상 글이 정보통신윤리 심의규정 제7조의 “범죄 및 위법행위 조장 정보”, 제8조의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라고 한다. 범죄 및 위법행위란 아마도 광고 게재 중단 요구를 받은 기업에 대한 업무방해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타인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기업과 담당 직원의 성명 및 연락처를 게시한 것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 아님은 두말할 것도 없다. 광고를 실은 기업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위계(속임수)를 사용하도록 조장하는 것이 아님도 명백하다. 해당 글을 본 사람이 자발적으로 전화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위력의 사용을 조장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대상 글을 본 사람이 해당 기업에 전화해서 과도한 폭언이나 욕설을 하는 경우에도 대상 글이 범죄를 조장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한 폭언이나 욕설이 범죄가 되는지 여부는 해당 기업의 고소가 있을 경우에 검찰과 사법부가 판단할 일로서 대상 글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렇다면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하는가. 광고 불매운동 글의 게시는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의 권리의 구체적 발현이다. 추상적인 헌법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소비자기본법을 보라. 이 법은 “물품 등을 선택함에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할 권리,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업자의 사업활동에 대해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 소비자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로서 명시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어떻게 위법행위가 된단 말인가. 그리고 광고를 게재하지 말 것을 요구받은 기업은 어떤 것이 자신에게 이익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뿐이고 그에 대해 소비자가 어떤 강제력도 행사할 수 없으므로 권리침해로 볼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방송통신위원회법과 심의규정의 위헌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법 정보에 대한 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으로 행정권의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한 점, 법원이 아닌 행정권의 판단만으로 해당 글의 삭제라는,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과 같은 효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 위헌성이 매우 크다. 행정권은 이렇게 위헌적이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큰 법령은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하여 기본권 제한이 최소화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위원회는 엄격한 법률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권한 남용을 저질렀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없다면 위원회는 차라리 간판을 내리고 휴업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위해 좋을 것이다.

류제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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