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만/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왜냐면 |
기업의 ‘고해성사’ 를 받아달라 |
반론-시론 “금감위 왜 이러나”를 읽고
감독 당국의 조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새로운 출발 기회를 주려는 입법 목적에 충실하고자 고심 끝에 내린 정책적 단안으로서, 회계제도 운영방식을 일시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곧,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분식의 악순환을 단절하고 회계 투명성 확보라는 순기능이 확보되도록 이 조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부칙이 지난 3월 초 국회 의원입법 과정을 통해 개정된 후에도 그 여진은 여전히 진행형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금융감독 당국은 집단소송법 부칙 개정과 함께 기업들이 과거분식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분식을 스스로 정정할 경우에는 해당 항목에 대한 조사, 곧 감리를 면제하는 등 과거분식 고해성사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조처로 인해, 과거 오류를 수정하더라도 감독기관이 감리를 하지 않게 됨으로써 투자자들이 분식 사실을 알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엄정한 감독을 해야 할 감독기관이 오히려 집단소송법 개정을 기화로 역분식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겨레> 시론(4월19일치 “금감위 왜 이러나?”)을 통하여 “금감위가 자의적으로 특별사면을 행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었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오랫동안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화두로 삼아 연구에 몰두해 온 나로서는 이렇듯 상반된 견해가 동시에 나오는 것을 보고 참으로 난감하다. 양쪽의 주장이 어느 정도씩은 타당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학자인 나로서는 감독 당국의 이러한 감독 방향이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집단소송법 부칙개정 때 있었던 사회적 합의의 변경(내가 알고 있는 한 금번의 부칙 개정안은 여야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으므로 이렇게 표현하여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을 일탈하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국회에서 집단소송법 개정을 논의하게 된 것은 과거 회계분식에 대해서는 그 실재 여부를 불문하고 그동안의 잘못된 정치관행, 경영상 애로사항을 감안하여 집단소송에 대해서만은 그 적용을 유예하기로 합의가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2년의 기간을 굳이 부여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 누적된 분식이 있는 경우 일시적인 해소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해소하도록 하려는 배려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감독당국의 조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출발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에 충실하고자 고심 끝에 내린 정책적 단안으로서, 회계제도 운영방식을 일시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곧, 과거 회계분식이 있는 기업의 경우 이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대규모의 분식이 있는 기업은 이 내용이 노출될 것을 염려하여 과거분식 해소에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분식의 악순환을 단절하고 회계 투명성 확보라는 순기능이 확보되도록 이 조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분식해소 때 회계기준 이외의 방법, 곧 역분식을 인정할 경우 분식의 잠재적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으나 그 신빙성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집단소송제 적용 제외 기간은 2년이라는 한시성이 있어 2년 후에는 해소되지 않은 모든 분식회계는 도로 집단소송법의 적용대상이 되므로 기업들은 가능한 한 감리 유예기간 안에 과거 분식을 해소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분식의 잠재적 위험성은 오히려 낮아질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는 분식을 자발적으로 수정하는 경우 투자자들이 분식회계 사실을 인지할 수 없으므로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소액투자자의 민사소송 제기 등 권리구제 수단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예를 보면, 우리나라와 같은 감리제도가 없음에도 이익을 향유하려는 자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시민단체의 주장은 당사자 본인이 지난한 노력을 기울어야 할 사안에 공적 감독기관이 개입하여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평소에 일관된 주장인 시장주의를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느낌도 든다. 증권 집단소송은 주주가 자신의 회사에 소를 제기하여 배당으로 받아야 할 권리를 분할하여 달라는 것으로 그 실익이 많지 않은 반면, 소송을 부추긴 자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단체에서 소송의 편의성 때문에 감독기관의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소액투자자를 앞세워 또다른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있다.
한편, 기업들로서는 금번의 감독규정 개정을 계기로 실질적으로 과거분식을 털어내는 고해성사를 하고 새로이 출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과거 회계분식을 계속하여 끌고나가는 것은 향후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지속적인 불확실성과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고해성사를 받아주소서.
송인만/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송인만/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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