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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4 16:43 수정 : 2005.04.24 16:43

공휴일을 없애자는 경제단체의 주장 가운데, 왜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기업 판촉에 유리한 날이라 언급을 안 하는 것인가? 공휴일 개폐 문제에 경제단체가 독선을 보이는 모양새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올해부터 개천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고 2012년부터는 어린이날과 현충일도 공휴일에서 빼자는 내용의 정책건의서를 11일 정부에 냈다고 밝혔다.”(<한겨레> 4월12일치 기사 중)

경제 5단체의 주장이 어이없다. 우선, 남의 나라 공휴일 수와 단순 비교가 그러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아전인수격 수치 비교 좀 하지 말라.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매우 많다. 단적인 예로 대한상의가 한국(연간 10.3일)보다 공휴일 수가 적은 나라들을 열거하면서 프랑스가 연간 8.8일이라 했는데, 이 나라는 두 공휴일 사이에 평일이 있으면 그 평일마저 노는 징검다리 휴일이 적용되고 일요일과 공휴일이 겹치면 다음 월요일이 휴일이 되어 연휴가 되며 부활절 휴가, 여름휴가 한달, 성탄절 휴가 등이 있다. 이런 단순비교 수법은 너무 많이 봐온 터여서 진부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남들이 하는 대로 꼭 따라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

경제단체뿐만 아니라 진보·보수를 막론한 다른 단체들도 외국사례 비교는 신중히 해야 할 사항이다. 덮어놓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항목만 따서 단선적 비교로 논리를 이끌어가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다. 요즘 민·관을 막론하고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해지고 각 나라 정보 입수가 수월해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유행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공휴일 신설·유지·폐지는 경제단체와 경제부처가 정하는가? 1990년대에 위와 비슷한 이유로 한글날을 없앤 것도 사실상 경제단체의 입김이 결정적이었다. 특정 기념일을 공휴일로 정하는 이유가 뭔가? 한마디로 그날은 우리에게 중요한 날이니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지 말고 새기자는 것이리라. 이 공휴일은 역사·정치·문화적 정체성의 함의가 들어 있다. 그러한 날을 각계 각 분야의 동의도 없이 경제단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폐지 또는 유지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글날 같은 경우, 내 생각으로는 복원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에 대한 논의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태에서 순전히 경제논리로 개천절을 비롯한 다른 공휴일도 없애자는 것이 타당한가 말이다. 경제단체가 언제부터 국민에게서 공휴일 개폐권까지 부여받았는가?

참으로 묘한 건 그들이 공휴일을 하나씩 하나씩 없애자는 주장 가운데 왜 종교기념일인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헌법에도 명시되었듯이 한국이 어느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지 않은 세속국가라면, 차라리 종교기념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게 합당하지 않은가? 기업 판촉에 유리한 날이라 언급을 안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해당 종교단체와 종교인들의 비난을 예상한 때문인가?

어쨌든 공휴일 개폐 문제에 경제단체가 독선을 보이는 모양새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각계 전문가들의 검토와 토론 그리고 국민의 동의를 거쳐야 할 일이다.

신만섭/평화연대 남북경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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