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범죄피해자가 수사과정에서 ‘2차피해’를 받지 않도록 같은 질문 되풀이 말고 피해자 원하면 면담 멈추는 등 신변안전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인터넷 게임·영화·영상은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고 광란의 쾌락으로 안내하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괴·납치·성폭행·살인 등 악질적인 범죄가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제 집 앞이나 학교 앞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위험사회> 저자 울리히 벡 교수가 “한국은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다”라고 경고할 정도다. 뉴스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청소년들에게 상황을 인터뷰하는 모습이 흘러나온다. 재연 프로그램에 어린이가 종종 출연한다. 범죄수법·행위를 영상매체를 통해 마치 범죄의 교본처럼 상세하게 안내한다. 또 이런 행위 자체는 현행법상 처벌법규가 없다는 경찰의 인터뷰까지 곁들이곤 한다. 그 때문에 범죄 피해자들은 무분별한 보도에 더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영화나 텔레비전처럼 모방범죄를 하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범죄가 계속 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범죄 피해자 보호와 범죄 피의자 프라이버시권 보호에 자성을 하게 된다.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에 경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시민의 질책이 있었다. 수사기관이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범죄 피해를 당한 개인의 처지에는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면이 많았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은 범인 검거에 주력한 나머지 범죄 피해자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둔감하기 쉽고 심지어 새로운 고통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는 범죄 피해자가 발생하면 그 충격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내 가족과 같이 살피는 감성 경찰이 필요한 때다. 피해자는 형사절차의 변방에 있는 객체가 아니라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 주체이자 중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제 ‘범죄 피해자 보호’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을 뽑아 범죄 피해자를 전담해 신변보호·초기상담·정보제공 등의 지원을 하는 피해자 도우미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무엇보다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영상매체나 형사절차를 통한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지 말고, 피해자가 원하면 면담을 멈춰야 한다. 특히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경우 신속히 치료를 받게 하고 언어구사 능력이 떨어질 경우 인형이나 생물도감을 이용해 상황을 묘사·재연하고 진술·녹화해 법정증거에 대비해야 한다.범죄 피해자에 대한 신변안전 조처도 강화해야 한다. 범죄의 종류와 경중, 행위자의 전과관계, 위험성 정도, 행위자의 환경, 수사 및 공판 진행 상황 등을 바탕으로 신변위협이나 신변보호 요청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보호해야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반드시 분리 수사하는 등 피해자 신상비밀 보장과 인권보호는 수사의 기본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피해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해 피해자의 진술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줘야 한다. 살인 사건의 경우 경찰과 피해자의 관계는 비교적 협조가 잘되고 있지만, 강간을 비롯환 성폭력 등의 범죄에서는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제 섬세한 여경이 범죄 피해자를 살피는 감수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또한, 경찰청 범죄 피해자 보호 지침에 따라 더욱 신중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경찰은 범죄 피해자가 행복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범죄 피해자·피의자의 인권은 범죄수사 상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범죄 피해자를 경찰가족으로 여기는 밝은 눈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할 때 경찰을 먼저 찾을 것이다. 지영환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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