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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4 21:02 수정 : 2008.04.24 21:02

왜냐면

독일·프랑스 공동교과서 70년 노력
역사문제 체계·일관적 대응으로 신뢰쌓고
역사적 교훈을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의제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지난 2월 후쿠다 총리의 방한 이후 대통령의 방일로 셔틀 정상외교가 점차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방일에서는 예상대로 역사문제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가운데 여러 가지 미래 지향적 협력방안들이 합의되었다.

그럼에도 양국 공동 언론 발표문을 통해 “양국 정상은 한-일 양국이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국제사회에 함께 기여함으로써, 양국관계를 더욱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확대하고, 한-일 신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결의를 확인하였다. 이것은 새 시대를 개척해 나가려면 먼저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양국 관계에서 역사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우리는 양국 관계가 수차례 새 정부 집권초 우호협력의 기조를 유지하다가 역사문제로 심각한 갈등 국면을 거친 뒤 집권 말기에는 소강상태를 거쳐 온 전례를 기억하고 있다. 한-일 신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과 함께 역사문제가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앞으로 잘 ‘관리’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너무 높은 기대는 서로 실망으로 변할 수 있다. 일본의 역사인식 후퇴로 말미암아 과거사 마찰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에 대한 주기적 검정, 정부 요인들의 야스쿠니 참배, 우익 정치인의 망언, 식민 지배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역사 인식 차이 등 마찰 요인은 그대로 있다.

새 시대 개막의 희망을 실현하려면 문제가 생겼을 때 확대 재생산보다는 축소 지향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우리도 감정적 대응은 삼가고 우리가 먼저 쟁점화하려는 시도는 피해야 한다. 오히려 역사적 교훈을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의제(어젠더)로 끌어내는 선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문제는 단기적인 조처로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장기적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독일·프랑스 사이 역사화해의 상징인 공동 교과서를 출판하는 데도 70년이 걸렸다. 그런 점에서 역사문제에 관한 우리의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응을 통한 신뢰회복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한편, 역사문제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일본 보수화와 우경화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하다. 역사인식 후퇴, 헌법 개정, 보통국가화, 내셔널리즘 강화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보수화는 일본 사회내 구조적인 면은 있으나 과거 군국주의와는 구별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는 역사인식과 관련해 광범위한 무관심층이 있으며, 다수의 우파세력과 함께 소수의 진보세력이 존재한다. 전후 일본의 지속적 우경화 추세에서도 양심적 인사와 진보세력은 그 비판적 목소리를 꾸준히 높여왔다. 또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일본의 민주주의는 굳건하며, 일본이 전후 국제 평화증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일본의 우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 등 이웃나라와의 평화공존을 통한 우호협력 관계는 충분히 가능하다.

양국 사이에는 독도,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문제, 교과서 왜곡문제 외에도 재일동포 참정권, 강제연행·강제노동, 한국인 비시(BC)급 전범, 한국인 피폭자, 사할린 한국인, 한센병 격리정책, 문화재 반환 등 해결해야 할 역사 현안들이 많다. 그 중 피폭자, 사할린 한국인, 한센병 격리정책 등은 어느 정도 해결 실마리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훨씬 기대에 못미치는 형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를 떠나 후쿠다 총리의 얘기대로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겸허한 자세와 상대방 처지를 잘 헤아리는 자세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대목이다.

금번 정상회담이 양국 미래 지향적 실질 협력관계 증진 못지 않게 역사문제에 관하여도 새로운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조환복/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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