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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1 21:11 수정 : 2008.04.21 21:20

왜냐면

중국은 일본 무시
러시아도 얼굴없는 일본 독립주체로 인정안해
미국조차 2세 파트너로 여겨
우리는 3세 파트너 조롱 감내해야 하나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존 한-미동맹을 한 차원 격상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합의했다. 한-미동맹을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범세계적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같은 시각 일본의 나고야 고등법원에서는, 범세계적인 미-일동맹과 관련한 판결이 나왔다. 이미 예견된 판결이었지만, 일본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양국 정상이 합의한, “자유와 민주주의·인권·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기반으로” “범세계적으로 기여하는” 의 틀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미국이 일본과의 미-일동맹 확대를 요청할 때 내걸었던 기치와 거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이 수사어구는 곧 일본 국내외로부터 우려와 비난, 조롱을 불러 일으키며 아직까지도 일본 사회를 심각하게 분열시키고 있다.

먼저 미-일동맹의 전세계적 기여는, 단적으로 말해, 현행 미-일상호방위조약 위반이며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일본 헌법에도 위배된다. 미-일방위조약 전문은 미-일동맹의 활동범위를 극동지역이나 태평양 지역에서의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일본의 자위대는 극동지역을 넘어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로도 파견되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탓이겠지만, 경위야 어찌되었건, 국제조약을 일본 정부 스스로 위반하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법적 신뢰도 및 이미지를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일동맹의 범세계적 확대는 현행 미-일방위조약의 전문 규정에도 위반된다. 조약은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인정될 때’, ‘국제평화의 안정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분쟁해결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나 이라크 전쟁이 과연 ‘현저한 무력의 위협’에 대한 ‘무력행사의 삼가’였다고 할 수 있는가. 미국의 이러한 행동이 과연 대세적 정의에 합당한 행동이었는가. 이번의 나고야 고등법원의 판결은 바로 이러한 법리를 기반으로 나온 것이다.

범세계적 미-일동맹의 확대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일동맹 확대로 인해 일본정부에 대한 대내외적 비난과 비아냥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일본 국내에서는 야당이나 학계, 시민단체들로부터 “정부의 대미 외교라는 것은 결국 ‘퍼주기’외교에 불과하질 않은가!”,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 욕은 욕대로 먹는다!”는 비난과 성토가 끊이질 않는다. 대외적으로도 중국은 ‘일본 무시(Japan Passing)’다. 미-일동맹의 속성을 고려할 때, 미국만 잘 상대하면 되므로 굳이 일본까지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또한 ‘얼굴 없는 (No Face)’ 일본과 무엇을 논할 수 있겠냐며 일본을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조차 내심 일본을 그들의 2세 파트너(Junior Partner) 정도로 여기고 있다. 이처럼 ‘윈-윈전략’이라는 미사여구 속에서 미국은 미소짓는 반면, 일본은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 심각한 국력소모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본의 고민은, 더는 강 건너 불구경만은 아닐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미-일방위조약의 전문과 본문 규정은 현행 한-미방위조약에도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래도 일본 정부는 미-일동맹 확대를 요청하는 미국에 대해 미-일방위조약과 헌법 위반이라며 ‘저항’이라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한다면서도 정부 스스로가 국제사회의 약속인 국제조약을 위반하겠다며 공언하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국내적 국론분열로 인한 국력소모 및 3세 파트너(Grand Junior Partner)라는 국제사회의 조롱이 불을 보듯 한데, 일단 밀어붙이고만 있으니, 앞으로 그 뒷감당은 어찌 하려는지 심히 우려된다.


우수근 교수/상하이 동화대학·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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