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미·일·유럽연합도 경제공조를 모색하지만국가 운영 바꿀 협정은 말도 안 꺼낸다
한-미협정은 라이트급-헤비급 맞대결 꼴 정부는 총선이 끝나자 쇠고기 협상 재개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두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반대할 수 없는 세계적 조류 앞에 서 있다”며 반대만 하지 말고 논의할 시기라고 했다. 그러나 전 영국 총리 블레어는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세계화 도전에 대응하지 못하면 유럽은 몰락하게 될 것”이라 했다. 세계화·개방화는 필요 하나, 잘못 대응하면 나라가 몰락할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또 개방하면 경쟁력이 약한 산업은 붕괴된다. 그때문에 개방으로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도 큰 오판이다.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시장개방 정책으로 무역뿐 아니라 무역외 지적 재산권 등 광범위한 서비스 산업과 국가 운영 형태까지 포괄하고 있다. 경쟁력이 비슷한 세계 3대 경제 강국인 미국·일본·유럽연합은 서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대한 말도 꺼내지 않는다. 대신 미국과 유럽연합은 범대서양 경제위원회(TEC)를 만들고, 일본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센안)과 경제연대 협정을 맺어 경제공조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북-미 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중심으로 인근 약소국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으나 성공적이라고 볼 수가 없고, 일본은 소수 약소국들과만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 말과 달리 자유무역협정은 결코 세계적 조류가 아닌 것이다. 특히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 국가경쟁력 29위인 한국이 1위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것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라이트급 권투 선수가 헤비급 선수와 맞대결 하는 것이라 비유했다. 먼저 한-미 양국 국가 경쟁력 비교인 무역수지를 보자. 관세청 자료를 보면, 농수산물은 지난해 34억달러 적자로 전년대비 수입이 24%가 늘었다. 자동차·섬유류 등 전체 상품수지는 85억달러 흑자다. 경쟁력이 약한 서비스 산업은 2006년 71억달러 적자로 적자폭은 56.8% 급증했다. 상품과 서비스 수지는 2004년 이후 해마다 40억~50억달러씩 빠져 2007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작년 82조원(820억 달러)의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대미 관세율도 수출품보다 수입품이 훨씬 높다. 따라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돼 관세율이 철폐되고 서비스 산업이 개방되면 경상수지 적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정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자유무역협정이 생산성과 소득증대 등 간접적인 효과를 불러와 중·장기적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국내총생산(GDP)과 국민후생이 높아질 거라고 전망한다. 일본 와세다대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이 타결되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며 “깜짝 놀랐다”고 했다. 또 저명한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도 “에프티에이 없이도 국가간 교류는 얼마든지 활성화할 수 있고 일본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35%를 평정했다”고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일찍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한국에 대한 쿠데타’라며 정부의 도박행위”라고 했다.
채규대/경제·노동평론가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