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새 신분등록제, 인권증진 맞춰야 |
대법원과 법무부의 신분등록제도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어렵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호주제 폐지를 통해서 새롭게 마련되는 신분등록제도는 프라이버시권 침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강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인권의 원칙에 맞게 제정되어야 한다.
지난 3월 호주제 폐지로 호주를 정점으로 편제된 국가 신분등록제인 호적제 역시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 사회에서 호주를 중심으로 편제돼 있는 호적제는 국가가 강제하는 가부장적 가족제도이며, 호주라는 가족관계를 통해 개인을 통치하는 가족모델을 띠고 있다. ‘호주’라는 ‘씨줄’과 ‘호적’이라는 ‘날줄’로 엮어낸 국가 신분등록제는 그동안 철저하게 ‘개인 대 국가’라는 관계를 설정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과거 국가 신분등록 제도가 조세나 부역을 위해 국민을 관리의 대상으로 여긴 것과는 달리 새로운 국가 신분등록 제도를 만들 때는 국민의 인권 보호와 보장, 증진을 위해 국민의 신분(출생, 사망, 국적, 혼인 등)을 증명하는 것으로 그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
현행 호적은 기본적으로 인적 편제 방식을 취하고 있어 개인정보의 과도한 집적과 수집, 가족관계의 불가피한 노출을 피할 수 없게 한다. 과도하게 많은 개인정보가 누적돼 있는 현행 호적등본의 체계는 개인정보 보호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더구나 한 개인의 신상정보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신상정보까지 드러나 가족 전체의 신분관계가 드러난다. 또한 개인별로 편제된 것이 아니라 혈연 중심의 가족별로 편제된 호적은 다른 형태의 가족, 이른바 ‘정상가족’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보호할 수 없게 한다.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둔 혈연 중심의 가족 형태를 국가 신분등록 제도의 기본틀로 삼음으로써 이러한 형태의 가족만이 소위 ‘정상가족’이라는 신화를 확산시키고 다른 형태의 가족은 이른바 ‘결손가족’이라는 편견을 낳게 한다.
현재 대법원과 법무부는 각각 ‘혼합형 1인1적’과 ‘본인 기준 가족기록부’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들 대안으로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어렵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대법원과 법무부의 안은 개인을 기준으로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집적과 수집을 정당화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 안에는 호주제 폐지의 성과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미혼 자녀에게 부의 본적을 따르게 하는 것은 물론 배우자의 부모와 형제자매의 정보(이름, 주민등록번호)까지 수록하게 해 현재의 호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기재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를 통해서 새롭게 마련되는 신분등록 제도는 프라이버시권 침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강요 등 문제점을 해결하여, 인권의 원칙에 맞게 제정되어야 한다. 그동안 대안적인 신분등록 제도에 관해 연구, 검토를 해왔던 목적별 신분등록법 제정을 위한 공동행동은 신분등록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면서 인권침해적인 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목적별 편제 방안’을 내놓았다. 목적별 편제 방안은 한 개인의 신분과 관련된 사항을 목적에 따라 분류하여 변동되는 사건에 따라 기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목적별 편제 방안은 크게 개인의 신분에 등록된 사항을 기록하는 ‘신분 등록부’, ‘신분 변동부’가 있고 혼인과 관련된 사항을 기록하는 ‘혼인 등록부’, ‘혼인 변동부’가 있다. 50년 만에 새롭게 만들어질 국가 신분등록제가 인권의 원칙에 부합할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최은아/목적별 신분등록법 제정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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