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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17:33 수정 : 2005.01.12 17:33

이번 지하철 7호선 화재사건은 ‘명백한 인재’에서 비롯되었으며, 원인은 ‘1인 승무’로 인한 초기대응 실패다. 이제라도 2인 승무로 전환하고 안전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지하철의 설립 목적은 돈벌이가 아니라 안전한 시민 수송에 있지 않은가.

새해 첫 출근길에 일어난 지하철 7호선 화재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놀랐을까? 이번 지하철 7호선 화재 사건은 ‘명백한 인재’에서 비롯되었으며, 인재의 원인은 ‘1인 승무’로 인한 초기대응 실패에 있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1~4호선을 담당하는 서울지하철을 제외하곤 전부 다 1인 승무를 하고 있다. 그 중 5~8호선의 도시철도는 1995년 개통하면서 국내 최초로 1인 승무를 도입했으며, 그 여파로 당시 2인 승무를 하고 있던 부산지하철이 99년 1인 승무로 전환되었다. 그 후 대구·인천·광주·대전 지하철 등도 모두 1인 승무로 설계되어 운영 중이다.

1인 승무의 가장 큰 문제는 160m에 이르는 전동차에 기관사 혼자 있기 때문에 화재나 재난상황에 따른 신속한 대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구참사 때도 열차 후부에서 불이 발생한 뒤 초기 진압에 실패하여 대형 참사로 이어진 바 있다. 이번 7호선 화재 사건도 다르지 않다. 화재 발생 직후 기관사는 열차 후부의 이상한 상황을 감지했지만 현장 확인을 할 길이 없었다. 무선으로 사령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데도 2~3분이 쉽게 흘러간다. 사령보고 후에도 운전실 현장 확인은 불가능하다. 출입문 취급, 안내방송은 물론 열차 내 이상상황 감지와 제어는 오로지 운전실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기관사가 운전실을 비우고 객실로 가서 현장 확인과 조처를 하기에는 여전히 무리가 있다. 만일 운전실을 비우고 현장 확인을 하러 갈 경우에는 사령 통화가 불가능하며 운전실에서의 신속한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확대될 수도 있다.

결국 혼자서는 화재와 같은 재난사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나마 역에서 불이 나면 역무원이라도 내려올 수 있지만 터널 안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기관사가 빨리 상황을 파악하더라도 신속한 현장조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량의 인명피해를 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열차 뒤편에 차장 1명만 더 있었다면 7호선 화재의 초기진압과 승객 구호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남은 불씨가 재발화하여 불이 난 채로 열차가 질주하는 끔찍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정부·서울시·공사에서는 위험천만한 1인 승무를 고집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인건비 절감’ 때문이다. 또다른 이유는 혼자서도 운전과 출입문 취급을 모두 할 수 있는 ‘열차시스템’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에 걸쳐 1인 승무는 시민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분명한 한계가 드러났다. 아무리 인건비 절감이 좋다도 해도 하루 220만명이 이용하는 도시철도 이용 시민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다.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1인 승무로 인한 과도한 직무 스트레스로 지난해 한해만 도시철도 기관사 8명이 공황장애 등 신경성 질환으로 직업병 인정을 받지 않았던가.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공사에 간곡히 호소한다. 이제라도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위해 2인 승무로 전환하고 안전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지하철의 설립 목적은 돈벌이가 아니라 안전한 시민 수송에 있지 않은가.

정흥준/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승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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