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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4 18:09 수정 : 2008.01.14 18:09

왜냐면

방폐장·새만금 등 대형국책사업의 교훈은
국민 동의 구하고 법절차 따져 해야 한다는 것
특별법 무리수는 임기내 완성 시점 정하고
각종 절차 무시하는 속전속결 방식
후진국적 일처리는 이명박 정권의 실패 부를 것

한반도 대운하 문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앞날을 가늠할 시금석이 됐다.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선진국으로 나아갈 것인가 후진국으로 후퇴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 상임고문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겠지만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공약을 실천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강조했다. 장석효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 팀장은 “최대한 빨리 시작해 임기 안에 완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국민 의견을 물어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 시절 약속을 번복하고 대운하 건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임기 안에 완공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절차를 밟겠다고 파문을 진화하고 있지만 사업 추진과 임기 내 완공 자체는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환경오염, 경제성 미비, 부동산투기 등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수많은 의견을 검토 대상이 아닌 설득 대상으로 규정하고, 운하 건설을 밀어붙이기로 작정한 셈이다.

권력자의 편의에 따른 말 바꾸기가 용인되고 권력자의 결단이란 미명 아래 민주적 의사결정의 기본요소인 절차와 과정이 깡그리 무시된다면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국가에서 통치권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후진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우리와 후손들의 삶과 그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우리 강산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담겨 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돈을 낭비하지 말자는 알뜰함, 그런 곳에 쓸 돈이 있다면 더 보람차게 쓰자는 효율성, 화물선이 떠다니는 물보다는 그냥 자연 그대로의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진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훼손하지 않고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겠다는 배려, 자연을 희생해 투기꾼의 배를 불리지 말자는 상식.

이런 가치들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구성요소들이다. 민주시민이 지켜야 하고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성장과 외형이 모든 것을 합리화하던 개발 연대를 지나 친환경적인 삶의 질과 내실을 구성원들이 함께 추구하는 웰빙, ‘로하스’의 사회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 당선자와 측근들은 이를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식 반대로 치부하고 개발독재 시대의 방법으로 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방폐장 건설, 새만금 등을 통해 대형 국책사업 시행에 따른 국론 분열과 이에 따른 폐해를 봐왔고 교훈을 얻었다. 더뎌도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법 절차를 차분히 진행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교훈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었나 했는데 그 이전으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

국민의 동의 없이 임기 내 완성이라는 시점을 정하고 재벌에 의지해 대운하 건설을 강행하려 하니 특혜 시비와 환경파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추진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 지표조사 등 각종 영향평가에만 3∼4년이 걸리고 토지수용도 쉽지 않다. 특별법으로 환경평가 등 각종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토지 수용권을 줘서 기업을 유인하게 된다. 사업타당성조차 대우건설, 현대건설, 지에스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시공능력 평가 순위 1∼5위 건설업체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 당연히 싼값으로 토지를 수용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사를 하고 돈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을 하게 된다. 외지인의 투기성 토지매입, 낙동강 부근의 땅값 급등 등 투기가 이미 벌어지고 있고 개발업체와 원주민 사이의 갈등, 대규모 개발에 따른 환경훼손 시비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환경과 함께 우리가 이뤄낸 민주주의의 다양한 가치들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게 불가피하다.

이는 이명박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박 정권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책무를 지고 있다. 우리가 이뤄낸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도 개선하며, 선진국가로 전진해야 한다. 국민적 여론수렴과 동의라는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다양한 가치를 묵살하며 일부 재벌기업과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하는 후진국 방식은 이명박 정권이 실패하는 출발선이 될 수 있다.

최창환/전 <이데일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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