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일시 경기부양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환경을 파괴하고 난 뒤의 일
생태 외면한 경제개발은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포기하는 것
최근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찬성이 더 많다. 인터넷상에서도 대운하에 대해 장밋빛 전망과 선전을 하는 블로그와 카페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한반도 대운하를 이른 시일 안에 착공해서 임기 안에 끝내겠다고 한다. 과연 한반도 대운하가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과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 말처럼 한반도의 경제와 환경과 생태에 도움이 되는 획기적인 토목사업일까? 과연 독일이나 유럽 일부 나라의 운하 성공 사례를 한반도에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을까?
대운하를 밀어붙인다고 치자. 미국의 뉴딜정책과 같이 고용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토목 사업이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뉴딜정책의 사례를 우리나라 상황에 고스란히 대입할 수 없다. 경제학에서 보면, 적어도 인구가 1억 이상 될 때 내수만으로도 나라 경제가 유지된다고 한다. 뉴딜정책은 내수만으로도 나라 경제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남한 인구는 오천만도 되지 않는다. 국가 경제는 수출에 의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단순히 어떤 사업을 크게 벌인다고 선진국의 경제력을 따라잡을 순 없다. 국가적인 토목공사를 벌인다고 해서 지속적인 경제동력으로 작용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환경과 생태의 문제를 보자.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서 거대한 저수지를 만든다는 것이 대운하의 핵심이다. 이 안에 배를 띄워서 물류비용을 줄이고 관광사업을 일으킨다는 야심이다. 나아가 환경과 생태의 보전을 위해서 오히려 개발을 해야 한다는 위험한 주장마저 하고 있다. 환경과 생태는 인간이 손을 대지 않아야 가장 잘 보전된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개발이 야기한 환경파괴 선례에서 확인했다. 한강의 물고기와 낙동강의 물고기는 ‘우점종’이 다르다. 각각의 물줄기마다 기후조건이나 식생학적 지형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생태계의 상이 다르다. 그들이 섞이면 생태계 혼란이 올 것이 뻔하지 않은가? 이것이 환경과 생태를 위하는 길일까? 또한 한강부터 낙동강까지 거대한 물길이 연결된다면 그 물길은 야생동물에게는 거대한 벽이 된다. 넘을 수 없는 커다란 우리를 만드는 것이다. 야생동물의 이동권을 무시할 권리가 인간에게 주어진 건 아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대운하 공사는 희망적이지 않다. 일시적인 경제개발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고 난 뒤의 일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개발의 효과는 사라진다. 환경과 생태보전을 외면한 경제개발은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되지 않는다. 천성산 터널이나 동강댐 등의 비교적 작은(?) 사건들에는 국민의 여론이 들끓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처럼 거대한 환경파괴 행위를 국민들은 대통령 당선인이 하는 얘기니까 믿어보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도 반대 기사나 반대 여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에 편승한 교수들과 관료, 정치인들은 장차 한반도와 우리 후손들에게 환경재앙을 줄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경제개발 우선 정책은 환경파괴를 낳았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환경파괴 재앙으로 남을까 걱정이 덮친다. 경제개발 우선 정책은 일시적인 성장 효과는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 동력은 결국 포기하는 셈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은 현재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경제개발을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김정래/수질관리 기술사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