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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0 18:39 수정 : 2007.12.20 18:39

왜냐면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
“서석대 앞에 관망대를 세우겠다”는데
무등산은 쇠말뚝 박기에 부적합
그저 산행하기에 참 좋은 산일뿐

광주시는 최근 무등산(1187m)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풍선을 띄우더니, 이젠 뜬금없이 30억원이나 투자해 서석대 앞 공중에다 관망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무등산에다 ‘쇠말뚝 심기식’ 삽질을 하려는 근시안적인 발상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약 20년 전 광주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등산 자락 아래 지산유원지를 조성해 설치했던 케이블카가 10년도 지나지 않아 고물처럼 찬바람만 쐬고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등산이 알프스 융플라우 정도 된다면 몰라도 무등산은 그저 산행하기에 참 좋은 산일뿐이다.

둘째, 서석대 ‘주상절리 보호’를 위해 서석대 앞에 ‘관망대’를 설치하려는 것은 제주도의 주상절리 관망대를 본떠서 하려는 것 같은데 무등산은 그곳과는 지형이 완전히 다르다. 제주도 주상절리는 앞을 바라보려면 배 타고 바다 가운데로 가서 바라보아야 하기에 관망대가 필요하나, 서석대는 장불재로 올라가는 길에 서서 시력이 좋으면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니 무등산은 자연 그대로 보호·보존하여야만 한다. 30억원 있으면 차라리 그 돈으로 탐방하는 길이나 잘 다듬어 산행하는 데 발을 삐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 한편 관망대를 만들면 일시적으로 관광객이 몰린다고 하자. 금강산처럼 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는가. 관광객을 유치하는 정동진은 어촌 풍취를 잃어 모텔촌으로 바뀌었고, 해남 땅끝은 빼어난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되었으며, 진도 회동리 앞바다 ‘모세의 기적’ 바닷가는 해년마다 인파로 오염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나중에 무등산도 지산유원지처럼 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셋째, 무등산을 광주 청소년들의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보존해야 한다. 나는 25년째 3월 학기 초에 학급 꿈나무, 학부모들과 함께 무등산 일주를 하고 있다. 몸소 산행하면서 참을성, 협동심, 배려하는 마음을 흘린 땀과 가파른 호흡으로 다지게 한다. 더 나아가서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듣게 해 자연을 보존·보호해야만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가르친다. 지난해 가을엔 전교생 600여명이 6명씩 모둠이 되어 다섯 시간 산행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의 ‘큰바위 얼굴’을 알도록 하고 있다.

무등산은 융플라우도 아니요, 제주도도 아니다. 그러니 무등산을 더는 훼손시키지 말고 그대로 두라. 광주시는 천왕봉 정상 군부대와 장불재의 통신용 송신탑의 이전을 하루빨리 추진해 그 자리에 옛날처럼 아름드리 나무가 숨쉬는 숲길을 만들 것인가 궁리하길 바란다. 김삿갓은 화순 동복에서 눈 내리는 무등산을 바라보며 ‘휘날리는 눈송이 봄날의 나비떼요, 밟고 가는 소리마다 한여름의 개구리’(飛來片片三春蝶, 踏去聲聲六月蛙)라 하였으니, 광주시는 무등산을 숲길·숲산으로 만들어 천년 만년 물려줄 문화유산이 되게 하자. 나는 실제 무등산에 ‘삽질’한다는 소리가 들리면 머리띠를 둘러 맬 것이다.

박병재/광주살레시오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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