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사교육비 증가 근본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비정규직에 대한 부모들의 공포심
초등생까지 대입경쟁 내몰아
비정규직의 부메랑 온 국민에게 사교육비가 가정경제의 숨통을 짓누르고 있다. 수능이 끝나자 몇 백만원짜리 고액과외가 기승을 부린다. 최근 서울 시내 논술학원 21곳이 최고 210%의 폭리를 취하는 등의 불법 행위로 적발되었다. 어린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대학을 향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국민 대다수가 사교육비에 볼모로 잡혀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아무리 정부가 내신성적을 강화하여 사교육비를 차단하려 해도 대학에서 교묘하게 비틀어버리는 현실에서 입시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처방에 앞서 근본 원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교육비 증가의 근본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있다. 교육은 미래를 확실하게 보장받기 위한 투자적 요소가 강하다. 그러나 정상적인 공교육만으로는 미래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불안한 미래에 자식들을 저당잡히려는 부모는 없다. 십년 전 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당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던 아픔을 잊을 수 있겠는가. 가정을 지켜야 하는 부모 처지에서 그것은 공포에 가까웠다. 문제는 그 불안과 공포가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부모들의 공포심, 자식만큼은 미래에 당당하게 살게 하려는 부모의 간절함이 이런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비정규직 실태는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비정규직은 800여만명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비정규직 5명 중 1명은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하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의 실태는 더 심각하다. 이런 현상은 대학에서도 시간강사를 대거 고용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에게 가장 큰 고통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랜드·뉴코아 등의 분쟁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다는 화려한 수치가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의 현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양극화라는 현실에서 내 자식만큼은 마이너리그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서바이벌 게임이 치솟는 사교육비로 나타난 것이다. 비정규직은 현실인 동시에 미래의 문제이며,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문제라는 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첫째,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내년 7월 100∼299인 중소기업까지 이른바 ‘비정규직법’이 확대 적용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 벌써부터 노동자는 일자리, 사업주는 돈 걱정이 많다고 한다. 해고나 외주 등의 편법이 동원될 여지가 많다.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인 사업주에게는 법인세 감면, 고용보험료 지원 등의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반찬 하나 덜 놓더라도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고통분담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지금부터 조성해야 한다. 둘째,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정규직화에 적극적인 기업(반드시 하청업체까지 포함해서)의 상품을 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압력을 가해야 한다.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도덕하거나 반환경적인 제품을 거부하는 ‘윤리적 소비’ 운동에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시켜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할 수도 있다.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스톱 격차사회’ 캠페인을 앞세운 민주당은 60석을 얻어 자민당의 37석에 압승했다. ‘격차사회’란 비정규직 증가로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내년 총선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한다면 7월의 비정규직법 확대 시행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단 사교육비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어린 학생들까지 대입경쟁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시내 초등학생들이 학업성취도 평가 뒤의 심정을 묻는 설문에서 손떨림(41.5%), 식은땀(38.9%)이 나타나고 심지어 13%의 초등생들이 ‘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이 현실을 어찌할 것인가? 지금 젊은이들이 겪는 구직난도 정규직의 비율을 정상화시킨다면 한결 쉽게 풀어질 문제다. 800여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비참한 현실, 입시에 내몰리는 자녀들, 치솟는 사교육비로 인한 경제적 고통,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근원인 비정규직 문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비정규직 문제가 부메랑이 되어 온 국민에게 날아오고 있다. 우진용/교사·공주시 신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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