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2.03 18:57 수정 : 2007.12.03 18:57

왜냐면

의료기관 도덕적 해이로 불법·편법 난무
어쩔수 없이 ‘선택’해서 비싼값 물고도
환자라는 죄만으로 병원에 항의 못해
병원 돈벌이 전락한 제도 없애야 마땅

최근 몇 해 우리는 불법과 편법이 만연한 선택진료 제도의 폐지를 분명히 요구해 왔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이 제도가 오히려 환자의 선택을 빌미로 돈을 버는 도구로만 작용할 뿐, 환자 권리나 의료제도의 올바른 정립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제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는 매년 이 제도를 복지부 국정감사의 0순위로 지목해 왔고, 여러 언론에서도 제도의 문제점과 함께 각종 피해사례를 수없이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복지부는 제도 피해자들인 국민과 환자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문제만 일으켜 왔던 의료기관들과 또다시 땜질식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무려 80%에 이르는 선택진료 의사의 수를 과감하게(?) 60%로 줄이고, 일방적으로 선택의사만 강요하는 상황을 개선해 환자가 일반의사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요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복지부는 자신들이 만든 선택진료 신청서 양식을 병원들이 입맛대로 변형해 쓰면서 수년간 각종 편법과 불법을 저지른 병원들에 대한 실사나 환자들의 피해구제에 대한 것은 지금까지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정부 출범 초기에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좋다. 다시 한 번 물어보자. 그 약속이 아직도 유효한가? 입원 환자가 10∼20%의 본인 부담금을 내야 하고, 호텔보다 비싼 1인실 2인실의 상급병실료에, 아직 보험적용이 안 되는 각종 검사와 약제비까지 있다. 게다가 암환자들의 전체 진료비 중 무려 15%(그리고 비급여 비용 중 약 25%)에 육박하는 선택진료 비용도 그대로 놓아두고 있는데, 어떻게 건강보험 80% 보장성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이미 우리나라 의료비 지급구조는 수가와 함께 수가의 30%(대학병원)를 더 지급하고 있는 종별 가산금으로 편법화돼 있는데, 또다시 선택진료비까지 얹혀져서 편법적 구조가 아예 층을 이루고 있다. 하나의 행위에 무려 세 가지 이름으로 돈이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 없이 단지 ‘양식을 바꿔서’, ‘의사의 수를 줄여서’, 환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모르고 ‘환자의 선택권을 높여서’ 과연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복지부는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선택진료 제도는 ‘법과 규정이 없어서’ 또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서’ 지켜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로 말미암은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는 까닭이다. 지금도 우리는 날마다 많은 환자들의 하소연을 접하고 있다. 의사 한 사람만 선택했는데 다른 과에서 받은 진료에도 모두 자동으로 선택 진료비가 부과되었다는 민원이나 모두 선택진료 의사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진료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민원들은 이미 고전이 되어버렸다. 선택진료를 받다가 일반의사로의 변경 요청을 거부당한 서울 시내 모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대학병원에 다니는 어느 장애인의 하소연, 신청서도 안 썼는데 어느날 확인해 보니 환자 자신도 모르게 병원이 알아서 작성했다는 암환자, 선택한 의사가 진료나 수술을 안 했는데 퇴원할 때보니 모두 선택진료비가 부과되었다는 민원 등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들은 말을 못한다. 왜냐하면 단지 환자라는 죄만으로 의사와 병원에 항의를 하거나 싸울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환자들의 처지이자 권리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은 수가가 낮아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그나마 말도 안 되는 법이라도 이를 지키면서 해야 할 말이지, 법과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환자들에게 교묘히 돈을 받아내면서 할 말이 아니다. 먹고 살기 힘들면 강도짓을 해도 괜찮은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이 제도가 유지되는 이상 의료계가 일정 부분 돈을 보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대가로 의료계는 국민들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받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민과 의료계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제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능력한 복지부는 둘째 치더라도 의료계가 먼저 나설 일이다. 제도가 폐지돼 정말 어려워진다면 폐지를 전제로 그 다음의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편법은 결국 불법을 낳는다. 말도 안 되는 선택진료 제도를 폐지하라. 이것이 국민과 환자들의 요구다.

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