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말이 나왔기에 하는 말인데, 이 나라 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우리말(국어)에서 멀어져 간다. 초등학교 졸업생과 고등학교 졸업생의 차이는 국어 과목의 선호도에서 판가름이 나고, 대학을 졸업하면 국어 문맹자가 되는 나라다. 세계 어디에 남의 나라 글보다 자기 나라 글이 어렵다고 말하는 데가 있나.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법이 아니다. 박용수/사단법인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왜냐면 |
우리만의 ‘국어기본법’ 이 왜 필요하나? |
그 동안 우리한테 법이 없어서 나라말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인가.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관공서는 직제 이름을 외국어로 짓고, 국영기업도 질세라 뜻모를 외국 글자를 크게 쓴 간판을 내걸어 이를 보다못한 시민이 헌법소원을 했지만 헌법기관마저 두루뭉술 얼버무렸으니 이런 나라에서 법이 있은들 무엇하겠나.
며칠 전(6일)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국어기본법 후속 법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려 학자들이 세 시간 남짓 여러 말을 늘어놓더라만 자유토론자로 초청받은 나로서는 어안이벙벙하기만 한 것이, 오늘날에 ‘국어기본법’(이하 ‘법’이라 일컬음)이 시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찾지 못했고, 따라서 마련할 까닭도 없어 보이는데, 학자나 대학 교수라는 이들이 이 법이 없으면 나라말이 당장 사라질 듯 겁 주는 소리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 법이 처음부터 짚고 들어선 제1조의 목적이 ‘남쪽’에만 해당되어 제2조의 기본 이념이 공허할 뿐 아니라 남북이 각기 독자적인 언어규범 아래 국어문화를 발전시켜온 분단국의 현실을 도외시한 제3조의 정의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싶더라.
분단 겨레의 지상 과제인 통일에 앞서 반드시 수습하고 나가야 할 맞춤법 통일과 표준어 사정 원칙 따위 만만찮은 일이 한둘 아닌 터에 “어법 따위야 나 몰라라!” 식의 법도 그렇지만, 이 눈먼 법을 시행해야 한다며 공청회를 연 사람들의 현실을 듣보는 눈귀 또한 장애 2급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 같고, 이들이 국어의 갈길을 열어보겠다고 봄철의 고궁이 어수선하도록 세 시간 넘게 떠든 내용을 더듬어 보면 법 제6, 19, 22조, 특히 23조 따위 도처에 깔린 ‘교육의 필요성’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노린 듯하지만 결과적으로 체계적인 국어 교육을 강요하고 있어 교수들의 일자리 굳혀주기 구실말고는 뭐가 있나 싶더라
이런 일은 하나도 급할 게 없다. 왜냐면 지금 한가하게 공청회라는 걸 열고 있는 이 시점에 남북이 한자리에서 <겨레말 큰사전>이라는 ‘남북 통일사전’을 만드는 일을 서두르고 있어 국어학자들이 굳이 할일을 찾자면, 먼저 ㄱ, ㄲ 따위 남북의 자모 차례를 단일화해 사전의 올림말 정리를 도울 일이고, 둘째, 사이시옷 쓰기와 머리소리 법칙, 대우법 원칙을 하나로 정하는 일이고, 셋째도 넷째도 남북이 함께 만들어 칠천만 겨레가 더불어 쓸 사전 한 권부터 갖추어 놓고 나서 법을 얘기해야지, 남북 국어학자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국어사전 공동편찬에 손을 대고 있는 사실을 안다면 어찌 남쪽 사람만 모여 ‘국어기본법 후속법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 타령이라니 이게 무슨 반통일 행태냐.
이 나라는 국어에 한해서 너무 이가 맞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한테 법이 없어서 나라말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인가. 1948년에 제정한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에 “대한민국의 공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 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고 해서, 비록 공문서를 대상으로 시행한 법이지만 거리의 간판까지 순 한글로 써야 한다는 ‘자각’이 따랐는데,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위로부터 이 자각심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관공서는 직제 이름을 외국어로 짓고, 국영기업도 질세라 뜻모를 외국 글자를 크게 쓴 간판을 내걸어 이를 보다 못한 시민들이 헌법소원을 했지만 헌법기관마저 두루뭉술 얼버무렸으니, 이런 나라에서 법이 있은들 무엇하겠나!
나라의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도 밝히고 있지만 언어란 생활 속에서 자연 발생하는 터에 이를 제도화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을 어떻게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건지 …. 이 법이 시행되면 외래·외국어 덜 쓰기는커녕 민중의 투박한 언어생활까지 간섭받게 되어 자유가 더욱 졸아들 위험이 크다.
교육이란 말이 나왔기에 하는 말인데, 이 나라 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우리말(국어)에서 멀어져 간다. 초등학교 졸업생과 고등학교 졸업생의 차이는 국어 과목의 선호도에서 판가름이 나고, 대학을 졸업하면 국어 문맹자가 되는 나라다. 세계 어디에 남의 나라 글보다 자기 나라 글이 어렵다고 말하는 데가 있나.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법이 아니다. 박용수/사단법인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교육이란 말이 나왔기에 하는 말인데, 이 나라 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우리말(국어)에서 멀어져 간다. 초등학교 졸업생과 고등학교 졸업생의 차이는 국어 과목의 선호도에서 판가름이 나고, 대학을 졸업하면 국어 문맹자가 되는 나라다. 세계 어디에 남의 나라 글보다 자기 나라 글이 어렵다고 말하는 데가 있나.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법이 아니다. 박용수/사단법인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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