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근평제도 문제점 확대하는 개악학습지도 참관도 하지않는
부장교사가 동료평가 불합리
교사 줄세우는 반교육적 방식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5월 ‘교육공무원 승진 규정’을 개정하여 새로운 근무성적평정제도(이하 근평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개정 내용은 그동안 교장이 매긴 근평 점수의 승진 반영 기간을 2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다면평가제를 도입하여 동료 교사의 다면평가 결과(30%)를 교장, 교감의 근평 점수(70%)와 합산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진일보한 제도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은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첫째, 다면평가 도입은 근평제도의 문제점을 전교사로 확대하는 것으로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현행 근평제도는 교사들이 승진을 위해서 교육을 희생시키도록 내몰고, 관리자가 근평제도를 악용하여 부장교사들을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통제하는 문제점이 있다. 적지 않은 부장교사들이 승진을 위해 때로는 반교육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면평가가 실시된다면 현행 근평제도의 이러한 문제점들이 전체 교사로 확대되고, 비합리적이고 반교육적인 학교 운영에 대해 민주적인 문제제기와 토론이 어려워질 것이다. 둘째, 다면평가는 물구나무 선 평가다. 교육청 지침에 의하면 다면평가단은 동료 교사 중에서 경력 있는 교사 3인 이상으로 교장이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관리자 중심의 평가를 지양한다면서 교장이 임명한 부장 교사 중심으로 동료 교사를 평가하려는 것이다. 주된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할 부장급 교사가 오히려 평가자가 되는 모순을 낳고 있다. 셋째, 다면평가는 불가능한 평가이다. 평가의 세부항목을 살펴보자. 100점 만점 중 40점으로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이 ‘학습지도’다. 1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모든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는 교장은 없다. 하물며 동료교사는 어떻겠는가? 평가 대상 교사의 수업에 한 번 들어가 보지도 않고 어떻게 ‘학습지도’ 항목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두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지도’의 경우는 어떠한가? 매를 드는 교사는 생활지도를 비교육적으로 하는 폭력교사이고, 대화와 상담으로 생활지도를 하는 교사는 학생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교사인가? 교육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본 교사라면 누구나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무능력’ 항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부장교사라 하더라도 자기 부서가 아니면서 교무실도 따로 쓰는 동료 교사의 업무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넷째, 다면평가는 교사를 갈라놓아 교육을 죽이는 반교육적인 평가다. 옆자리에서 같이 일해 온 몇몇의 교사가 모든 교사를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 순위를 매기고 그 결과를 공개 절차를 통해 알게 된다면 교사들의 교육적 동지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교육의 시작과 끝은 사랑이며, 교사는 학생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간다. 교사들 간의 말없는 연대감과 교육적 동지로서의 사랑이 오고 갈 자리에 불만, 불신, 오해의 악한 기운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교사들이 따뜻한 가슴으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겠는가? 다면평가는 교사들 사이를 갈라놓고 갈기갈기 찢어놓아 결국에는 참교육을 죽이는 반교육적 제도이며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다면평가 추진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나아가 문제의 뿌리인 근평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만약 현행 제도 아래서 그 문제점의 일부라도 없애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첫째, 평가의 대상을 승진 대상자인 경력 15년 전후의 부장급 교사로 한정하며, 순위를 매기는 방법보다는 등급제가 바람직하다. 둘째, 평가단은 평가대상이 아닌 교사 중에서 교과별, 부서별 무기명 비밀투표 내지는 교직원회의에서의 합의를 통해 구성하되, 1학기 초나 2학기 초에 구성하여 수업 참관 등 사전에 충분한 관찰을 통해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다면평가단의 구성 등 모든 사항이 교직원회의를 통해서 논의되고 합의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김승배/경기 광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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