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물류의 핵심은 시간·비용·안전20개 갑문을 통과하려면 70~100시간
아니, 시간을 예측할 수도 없다
컨테이너 운송을 연안해운으로 대체했다
전면 중단한 것은 3요소 모두 불리했기 때문 경부운하를 둘러싼 논쟁으로 한나라당 내에서도 쇳소리가 난다고 한다. 경부운하의 핵심은 물류다. 이명박 후보는 물동량의 80%가 운하를 이용하고, 물류비를 연 4조5천억원 절감할 수 있는 물류대혁명이라고 강조한다. 꿈속에서도 달성할 수 없는 허황한 수치다. 단언컨대, 경부운하의 물류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 물동량의 0.8%도 운하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기업의 수출입 물류 담당자에게 20개의 갑문이 있는 경부운하를 이용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백에 아흔아홉은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물류의 핵심은 시간, 비용, 안전이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물류경로는 도로와 철도, 그리고 인천항을 경유하는 연안해운이 있다. 도로가 막히고 철도와 연안해운보다 운임이 높아도 많은 화주들이 도로를 이용한다. 트럭은 환적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물은 환적을 가장 싫어한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높아지며 파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의 혼잡이 심해지자 정부는 철도로 분산하기 위해 의왕과 양산에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만들고 컨테이너 전용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옮겨싣고 내리는 작업이 많아 이용률이 낮다. 철도는 도로보다 10단계 정도의 작업이 추가된다. 각 단계마다 시간을 요하고 비용이 발생한다. 운하의 환적작업은 온독 레일(on-dock rail) 시스템의 철도보다 더 복잡해진다. 경부간 컨테이너 운송을 연안해운으로 대체하기 위해 1989년에 (주)한진, 95년에 대한통운이 각각 부산~인천의 연안해운을 개시하였으나, 대한통운은 99년에 중단했고, (주)한진도 2006년 5월에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용률이 낮아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해상운송 소요시간은 항해 28시간을 포함하여 화주의 창고까지 약 3.5일이 걸리는데, 3.5일이 너무 길어 화주들이 외면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수출화물이 선적에 쫓기는데다, 하루라도 빨리 수출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신속하고 간편한 트럭운송을 선호한다. 수출입 화물에 대한 내륙운송비의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그래서 약간의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빠르고 간편한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다.
경부운하의 경우 5개의 터널, 16개의 댐, 20개의 갑문이 필요하다고 한다. 20개의 갑문을 통과하려면 그 대기시간을 기약할 수 없다. 운송에서 운송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도로가 막혀도 최대 8시간이면 도달할 것을 70~100시간, 아니 예측할 수 없는 운하를 누가 이용하겠는가? 운하통행료가 도로운송비용의 반값이라 해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10여년 전 경부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하던 때에 그 타개책으로 ‘세종연구원’이 경부운하를 제안했다. 그러나 지금은 물류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경부고속도로뿐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저곳으로 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중국 시장의 활성화로 화물도 광양 및 인천을 비롯하여 평택, 군산, 목포 등으로 분산되어 부산의 비중이 줄고 있다. 97년에는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이 전체의 95%를 점했지만, 2001년 80.8%, 2006년에는 75.4%로 낮아졌다. 화물도 하이테크 제품의 비중이 높아져 항공운송으로 많이 가고 있다. 이미 2004년부터 인천공항이 수출입 규모(금액 기준)에서 부산항을 앞섰다. 경부간 물류 문제는 경부고속도로의 체증 구간에 차선을 늘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또한 철도의 운영시스템을 효율화하여 비용을 낮춰 화물을 철도로 유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니면 인천~광양~부산의 연안해운에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있다. 적은 돈으로 물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이 많다. 개발업자 외에 누구 하나 찬성하지 않는 타당성이 없는 공약을 막무가내로 고집 부려 국가재정에 큰 짐을 지울까봐 걱정스럽다. 임석민 한신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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