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제주~남해안 해저연결이야말로물류·군사적 의미 높아
수조원 창출할 생산적 토건사업
용지보상비·환경훼손비도 없어 지난 7월 초 전라남도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완도와 제주도를 교량과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2040년을 목표로 한다고 했으나 국토종합개발계획이나 국가기간교통망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기획 부재’의 계획인 셈이다. 웬 황당한 계획이냐,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 대운하의 논란으로 골치 아픈 국민에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야말로 생산적인 토건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해저터널로 육지와 제주도간 육상 교통망 확충으로 남해안과 제주 양쪽에서 해양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단지, 물류단지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군사적 목적으로서 매우 효과가 크다. 유사시 난공불락의 지하벙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1천만 관광 시대를 꿈꾸고 있으나 현재의 항공기·선박 위주의 수송체계로는 접근성이 나쁘고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다. 육지와 직접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제주 발전의 유일한 해법이다. 전라남도와 제주도가 제안한 터널의 노선은 ‘완도~제주’ 간으로서, 완도에서 보길도까지 36㎞ 구간은 교량으로 하고 보길도~추자도~제주까지 73㎞ 구간은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것이다. 총길이는 약 109㎞로, 2차선 도로와 복선철도를 건설한다고 할 때 18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들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노선을 제1안으로 하고 여수~거문도~제주 노선을 제2안으로 하여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2안은 더 길기 때문에 20조원이 들 것으로 판단하지만, 제2안의 효과가 더 높을 것이다. 한반도 남부 중앙에서 제주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라도·경상도에서 접근성이 좋고, 곧바로 기존 철도와 연결되기 때문에 제1안에 비해 파급효과는 더 크다. 여수·광양을 배경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된 전남 동부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경남 서부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전라선과 이어지며 낙후된 전라북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여수~제주 노선이 군사적으로 더 유익하다. 군사요충지 거문도를 거쳐 가기 때문이다. 거문도는 동양의 지브롤터라고 불릴 만큼 군사적 요충지이다. 중국, 일본, 한반도 사이의 길목을 차지하고 있어서 러시아가 탐냈으며, 일찍이 해양강국이던 영국이 점령한 사건이 있을 정도이다. 세 개의 섬 안쪽으로 수심이 깊어 큰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천혜의 항구가 형성되어 유사시 군항으로 최적이다. 해저터널은 한국의 토목기술로도 큰 어려움 없이 건설할 수 있다. 그러나 약 20조원으로 추정되는 건설예산 조달이 문제다. 연간 국가예산의 0.8%를 투입하여 8년을 계속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해저터널의 군사적 용도를 생각한다면 그 절반은 국방비로 간주되어도 무방하다. 정치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건설비용을 국가예산으로 할 것인지, 민자조달로 할 것인지는 추후 결정하면 된다. 제주해저터널 건설계획은 반드시 국토종합계획, 국가기간교통망계획 등에 반영돼야 하며, 필요하다면 국토기본법, 교통체계효율화법, 철도건설법 등의 관련법도 개정돼야 한다. 제주해저터널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해양관광자원 수입이 연간 1조원, 전남·북, 경남의 제조업, 물류업, 서비스업 촉진이 연간 1조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며, 준공 후 회수기간은 20∼30년으로 예상된다. 용지보상 비용, 환경훼손 비용도 없다. 대운하 건설 비용은 분석가에 따라 대략 17조∼24조원이라고 한다. 건설보다 더 어려운 것은 담아 둘 물을 조성하고 가두는 설계와 유지비용에 있으며, 정치적 편견이 가중된 비관론자들은 200조원까지도 보고 있다. 대운하의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전문가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대운하는 2개의 철도(중앙선·경부선) 노선과 4개의 고속도로가 있는 육로 수단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해치면서까지 물류를 하겠다는 것이다. 천문학적 돈을 들여서 ‘안 해도 될 것을 건설하는 것’과, 비록 천문학적 돈이 들지만 ‘필요한 것을 건설하는 것’은 애당초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해저터널의 명칭으로는 ‘제주해저터널’이면 족하다. 굳이 자치단체 간 다툼으로 어느 지역 이름을 먼저 써야 되느니, 마느니 같이 실익이 없는 이름싸움은 없기를 바란다. 토건이 정말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이려면 운하 같은 애물단지가 아니라 제주해저터널 같은 보물단지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국/서경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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