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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5 18:48 수정 : 2007.10.15 18:48

왜냐면

반론 / ‘대학 논술시험, 중단해야 한다’

나는 십년째 사교육 시장에서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논술강사다. ‘대학 논술시험, 중단해야 한다’는 박명섭 교사의 글(<한겨레> 10월5일치 ‘왜냐면’)을 읽으며 사교육 시장이 논술을 주도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공교육이 질적으로 도약해 사교육과 주객전도가 돼 있는 현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오기까지 공교육은 무얼했는지 역시 반성해야만 사교육 주도의 지금 판세가 변화될 수 있다는 점도 말해주고 싶다.

논술이 입시에 영향을 끼친 지는 십년도 넘었다. 특히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논술이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된 것만도 6년째다. 그럼에도 아직 “논술공부는 중요하지만 준비가 안 됐으니 미루자”는 의견이 공교육 내에서 나오는 있는 점은 안타깝다. 고등학교 교육의 모든 목적이 어디 입시 하나뿐일까마는 입시에 맞춰 학습과정을 준비하고 연구하는 것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중요한 몫이다. 학력고사가 수능으로 전환될 때도 찬반이 많았으나 공교육도 바뀐 입시에 맞춰 새 교과과정을 짜고 이를 준비해 왔기에 학생들의 혼란은 적었다. 그러나 논술이 주요 변수가 된 지도 수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이에 대비를 못해서 우왕좌왕하며 제도를 되돌리는 것이 최선이란 말을 하는 공교육은, 제도에 대한 비판적 자세이기 전에 무책임과 무방비 그 자체다. 공교육이 이런 혼란에 빠진 동안 학생들은 결국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사교육 시장에서 이 혼란을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을 불러온 것이다.

논술이 입시에 영향을 끼친지 10여년
학교에서는 아직도 “준비 안됐다”무책임
주입교육에서 창의교육으로
질적변화 꾀해야 사교육 유입 해소

더구나 논술이란 과목은 객관식 수능으로만 학생들을 뽑는 한계를 극복할 평가방법이기 이전에도 학생들의 독해력과 논리력, 쓰기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인문사회계 논술은 ‘작문’ 과목을 확대하여 문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전분야에 적용한 것이며, 자연계 논술은 이런 유형에 수학·과학 영역의 서술형 쓰기를 더한 형태다. 진정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고민하는 교육자라면 5지 선다형 찍기가 가능한 공부보다 더 심화·확장된 이런 유형의 학습이 늘어나는 데 적극 찬성해야 한다. 몇몇 일선 학교에서는 여러 과목 교사들이 공동연구한 교재를 쓰기도 하고, 학생들과 신문을 읽고 토론을 하는 등 쓰기능력뿐만 아니라 논리력과 사회를 보는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더 확대되어야 함에도 “제도를 바꾸라”는 정체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해당 학교의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박명섭 교사는 현재 학교 현장에서 글쓰기 교육이 늘어난 것은 논술입시 때문이 아니라 획일적 교육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교사들의 오랜 노력의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이는 천편일률적인 교육의 대안으로 ‘논술’이란 교과목이 정립·심화되어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또, 교과가 공교육에서 정립된 뒤 입시가 바뀌어야 하는데 입시가 먼저 바뀌었기에 순서가 잘못됐다는 불평을 할 수 있겠지만, 논술입시가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그저 좀더 심화된 지가 6년이 됐다. 이제는, 아니 이제라도 공교육은 논술의 확대를 단지 ‘입시 변화’로만 치부하며 부담스러워하는 데 머물지 말고 주입교육에서 창의교육으로 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미뤘던 만큼 적극 대비하고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교육 시장만이 논술을 배울 유일한 곳이라는 삐뚤어진 신화가 깨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입시논술을 없앨 것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재 대입 논술은 창의적 글쓰기가 아니라는 비판을 하는데, 이는 논술을 없애라는 주장에 보탤 소리가 아니라 논술유형을 더 발전적으로 개선하라는 주장에 덧붙여야 할 소리다. 또한 지금의 논술 유형도 독해력과 논리력을 측정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프랑스 바칼로레아처럼 창의성과 철학적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려면 공교육에서 더 체계적으로 이런 사고가 가능한 교과과정을 실행해야 한다.

홍경희/CJ케이블넷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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