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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6 16:17 수정 : 2005.04.06 16:17

노사상생은 힘으로 몰아붙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법과 공권력마저 유린하며 대량해고를 자행하고서도 노사상생을 외치는 통일중공업의 태도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일본의 태도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창원공단에 있는 통일중공업은 지난 3월 전체 조합원 860여명 중 90명을 무더기로 징계해고했다. 회사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노조의 2004년 임단협 합의서 위반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이다. 지난해 임단협 교섭의 전말을 살펴보면, 회사는 연초부터 410명 고용조정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시기를 앞당겨 노조를 임단협 테이블로 끌어냈다. 한달 동안 진행된 교섭은 ‘일방통행’이나 다름없었다. 노사 교섭 대표가 첫 인사를 나눈 날 회사는 100명을 휴업휴가 조처했다. 그리고 2차 교섭에서 임단협 동결을 들고 나왔다.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부당한 휴업휴가를 철회할 것을 주장하자, 3차 교섭 직후 100명, 4차 교섭 직후 50명을 차례로 휴업휴가 조처했다. 그래도 지회가 손을 들지 않자 회사는 25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노동부에 신고했다. 결국 지회는 정리해고는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금속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단협 동결’, ‘휴업휴가자 2005년 1월말까지 단계적 복귀’를 골자로 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휴업휴가와 정리해고를 압박 수단으로 하여 회사의 뜻을 관철시킨 이 임단협을 회사는 ‘경영 정상화 대타협’이라고 불렀다. 반면 지회는 임단협 후유증으로 집행부 사퇴와 교체라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이후 일방적인 휴업휴가에 반발한 조합원들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휴업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이를 받아들여 ‘휴업휴가는 부당하므로 즉각 원직 복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회사는 지노위의 결정과 노동부의 이행 명령을 거부했고 오히려 지노위 구제신청이 합의서 위반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휴업휴가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실시했고 전 집행부는 다만 휴업자의 복귀 시한에 관해 합의했을 뿐이다. 더욱이 부당휴업 구제신청의 주체는 137명의 휴업휴가자들로 이들의 개별적 권리 구제 신청은 지회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회사는 올해 1월 250명의 휴업휴가자 중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던 176명을 주물공장에서 일하라고 인사 발령을 냈다. 1년 동안 한시적 파견이라고 주장하지만 조합원들이 근무지와 근무형태가 딴판인 곳에서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회사는 단체협약에 ‘9인 이상의 대량 인사는 노사 합의를 거쳐 본인의 불만이 없도록 처리’하게 되어 있음에도 지회와 합의는커녕 협의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창원지방노동사무소의 주선으로 노사협의회가 열렸지만 회사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취하하라는 기존의 주장만 되풀이했고 급기야 90명을 무단결근 등의 이유로 징계해고한 것이다.

지회가 무조건 원직복귀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우선 희망자들을 주물공장에 배치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순환 휴업 등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자고 제안했지만 묵살당했다. 주물공장에 일거리가 늘어난 것도 아니며, 휴업휴가자들이 복귀하는 숫자만큼 비정규직을 내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회의 주장이야말로 훨씬 더 합리적인 방안이 아닌가.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며 탄압할 뜻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년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노동조합 씨 말리기’에 가깝다. 이는 해고자의 절반에 가까운 42명이 전현직 간부라는 점에서도 충분히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소명의 기회를 주겠다며 재심 신청을 하라고 하고서도 당사자들도 참여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개전의 정이 없다’며 해고를 확정했다.

통일중공업지회는 금속노조 산하 지회다. 따라서 금속노조가 교섭체결권을 갖고 있고 경남지부의 임원이 위임장을 받아서 단체교섭에 들어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도 회사는 작년 임단협에서 1차 교섭 직후 “금속지부 임원을 참석시킨다는 것은 회사를 살릴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100명을 휴업휴가 보냈다. 집단해고 사태 이후에도 ‘지부는 폼만 잡는다’고 비아냥대며 금속노조를 ‘외부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노사 상생은 힘으로 몰아붙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체계를 존중하고 단체협약을 준수하며 비록 회사 경영이 어렵더라도 성실한 교섭 과정을 거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법과 공권력마저 유린하며 대량해고를 자행하고서도 노사 상생을 외치는 통일중공업의 태도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일본의 태도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김정호/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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