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지난 9월6일 이례적으로 ‘농협중앙회’ 관련 기사 두 꼭지가 주요 일간지 지면을 채웠다. 하나는,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무역이 지난 7월 말 미국산 쇠고기 369t을 수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 기사였다. 또 하나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김동진 부회장이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에게 금품 3억원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 해당 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공여’를 인정하지 않아 지난 7월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뇌물수수가 인정돼 수감 중인 정대근 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내릴 판결이 주목된다는 기사였다. 즉, 서울고등법원의 두 재판부가 똑같은 사실을 두고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는데 이후 대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사라는 것이다. 수익에 눈멀어 미 쇠고기 수입하고 농협회장은 사익 눈멀어 뇌물 수수따가운 비판 피해갈 게 아니라 국민에게 사과해야 신뢰 되찾아 이제까지 농협 관련기사 대부분은 어디 어디에서 우리 농산물 홍보를 했다든가, ○○농협에 총기강도 사건이 발생했다든가 하는 기사들이었다. 농협 내부의 다소 민감한 사안들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가 ‘성역’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농협이 농협다운 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하면 농협을 떠올린다. 지갑이 텅 비어도 농협에서 농산물을 사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형제들의 살림살이에 조금은 보탬이 되겠거니 하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다. 늘상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의 대표기관임을 역설해 왔던 농협중앙회가 2004년부터 쇠고기 수입을 통해 1400억여원의 수익을 얻었고 급기야 광우병 위험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했다는 기사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농협마저도 …”였을 것이다. 게다가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의 금품수수를 접하고선 “농협이 이 정도까지라니”라는 탄식을 내뱉었을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따가운 비판을 피해 가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농민의 대표기관이고 일반 사기업과 다른 협동조합 조직임에도 수익에 눈 멀어 미국산 쇠고기까지 들여온 데 대해 백배사죄해야 한다. 다시는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이다. 아울러, 현 정대근 회장을 포함한 역대 농협중앙회장이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 만일 농협중앙회가 이번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린다면 농협에 대한 불신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농협중앙회가 농민의 대표기관다운 길에서 벗어나 일반 사기업의 기준을 고집하고 적용해온 데서 빚어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 명료하다. 이제라도, 우리 농업과 농민을 대표하는 기관답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데 힘을 쏟아나가면 된다. 회장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농협중앙회가 아무리 농협의 새로운 이름을 ‘NH’로 내걸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의미한다고 강변해도, 자연의 질서를 거슬러 만들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 모순을 덮을 수는 없게 됐다.
임기응/전국농협노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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