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9.10 17:48 수정 : 2007.09.10 17:48

왜냐면

지난 7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의 ‘평화조약’ 언급으로 더욱 관심을 끌게 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매일 백가쟁명식의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근본적인 북한 핵 해결이 없이는 대규모 경제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핵이 존재하는 평화체제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이에 맞서 진보진영에서는 남과 북이 중심이 되어 현 정전체제를 변화시키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나아가 선언적 형태라도 가칭 ‘한반도 평화구상’을 발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정상회담의 의제를 미리 정하지 않는 ‘백지수표 회담’을 인정하자는 주장도 들린다.

사실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하여 북쪽 인사들은 전술적인 의도에서든 아니든 일관되게 정상회담의 의제는 김정일 위원장만이 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출제하는 문제(의제)들을 예상하여 미리 답안 카드를 만들어 다양한 도상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상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향후 남북 정상회담의 ‘정상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자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예측할 수 있는 회담 되어야
불필요한 북풍 논란 사라지고
의제 사전에 조율되어야
회담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고
얼굴 붉히는 회담도 피하지 말아야

첫째, 남북 정상회담이 이제는 예측할 수 있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향후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양쪽이 합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남쪽의 정치가 ‘북풍’이라는 신기루에서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된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역대 정부에서 합의한 네 가지 합의에 기초하여 차기 정부의 자율성에 부담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모처럼 만에 국민들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발언으로 들렸다.

둘째, 의제는 미리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 사이 회담 의제는 양쪽의 실무적인 접촉들을 통하여 큰틀에서는 정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독 남북 정상회담만은 큰틀에서의 의제조차 사전에 합의가 되지 못하고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1차 정상회담의 경우만 하더라도 남쪽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을 정리하여 북쪽에 ‘던져준 것’이 고작이다. 2차 정상회담도 이전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날 것이 없어 보인다. 여타 정상회담에서 간혹 의제를 벗어나는 돌출발언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더라도 사전에 의제를 조율하는 것이 회담의 성과 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셋째, 얼굴 붉히는 회담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이번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사이에 어색한 장면이 연출된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상회담은 큰틀에서 보면 통상 사전에 잘 짜인 각본 따라 연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상간의 회담을 통해서만 결정될 수 있는 의제에 대해서는 얼굴을 붉히는 사태가 연출될 수도 있음을 상정하고 회담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만 회담의 성과도 높아질 수 있다. 더군다나 통역이 필요 없는 회담이 아닌가.


평화·번영, 그리고 통일이라는 한반도의 미래와 운명을 두고 당사국 정상들간 치열한 논쟁조차 없이 어떻게 주변 강국들의 힘에 바탕한 논리들과 맞대응할 수가 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북한에 대한 사심 없는 대규모 지원 약속의 진정성과 대등하게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두고서도 김정일 위원장에게 ‘거침 없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이번 정상회담이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또다른 실무그룹’이라는 비아냥을 떨쳐낼 수가 있다.

남북관계에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은 늘 교차하기 마련이다. 수해로 말미암은 북쪽의 정상회담 연기가 나쁜 소식이었다면, 이번 부시 대통령의 ‘대담한 접근방식’의 재확인 발언은 분명 좋은 소식임이 분명하다. 남북 정상회담은 더는 ‘정치 신화’가 아니다.

이병철/평화협력원 선임연구위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