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의약품 선택권 소비자에게도 있다’ 반론 권용진 서울의대 의료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한겨레> 8월28일치에서 ‘의약품 선택권 소비자에게도 있다’며 성분명 처방이 약사의 선택권만을 확대하며 의사와 소비자의 약 선택권을 무시한 제도라고 주장했으나 그렇지 않다. 이제까지의 상품명 처방에서도 소비자의 약 선택권은 전무했다. 의사가 특정 회사의 약을 처방하면 환자는 그대로 조제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똑같은 성분의 값싼 약이 있다거나 반대로 더 비싼 오리지널약이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병원과 가장 가까운 약국에서 약을 지어 왔다. 평소에 이용하던 단골 약국이 있더라도 그곳은 특정 회사의 그 약이 없을 확률이 높으므로 병원과 인접한 약국에서 조제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란 믿을 만한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밖에 없다. 중복처방이나 함께 복용해선 안될약을 골라내는 데에 단골약국 중요
환자 주머니 사정 따라 약 선택권
상품명 처방이 되레 소비자권한 없어 성분명 처방을 시행한다면 소비자는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 더해 약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자기 경제 능력에 따라 약의 가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가질 수 있다. 병원에서 가까운 약국에서 약을 짓든 평소 자주 가던 약국을 가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특히나 다른 병원에서 처방한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먹어야 하는 경우라면 환자의 선택권은 더욱 중요해진다. 중복 처방이나 같이 먹어선 안 될 약을 골라내는 데도 단골 약국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약국은 비싼 오리지널 제품과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제품을 비치하고 있으므로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성분명 처방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한 제도이지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제도가 아니다.
대한의학회에서 주장하는 약화 사고의 증가는 각 회사의 동일 성분 약들의 효능을 검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기준을 강화하고 이 시험을 통과한 약만을 보험약에 등재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기준 강화가 없다면 현재의 상품명 처방 제도 아래서도 약화 사고의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ㄱ회사의 약을 처방하는 병원을 다니던 환자가 ㄴ회사의 약을 처방하는 병원으로 옮기면 대한의학회에서 주장하는 그런 종류의 약화 사고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각 회사 동일 성분 약의 효능 차이에 따른 약화 사고에는 의약품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 할 수 있다. 성분명 처방을 하는 것은 값싼 약을 더 많이 사용하여 건강보험 재정을 튼실히 하자는 것이 일차적인 이유지만, 약국마다 수십종의 동일 성분을 보유하여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여 전체 관리비용과 인력을 좀더 환자 중심의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아주 크다. 성분명 처방은 약사로서 환영할 만한 제도일 뿐 아니라 소비자로서도 분명 도움이 될 제도다. 박향숙/울산 문수산 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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