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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30 16:55 수정 : 2005.03.30 16:55

학교폭력 신고 교원 인센티브 제도는 학교의 교육적 계도 기능과 자정 능력을 철저히 무시한 제도다. 학교에 들어온 해병전우회나 전직 경찰은 지금의 생활지도부장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병영 체험학습은 학생들을 폭력적인 군대문화에 물들이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최근 ‘일진회’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와 경찰이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학교폭력을 신고한 교사와 학교에 인센티브를 주고, 학교에 전직 경찰이나 해병전우회 등 사법권이 없는 민간인을 학교에 상주시키는 학교경찰제(스쿨폴리스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 법무부에서는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병영 체험 학습을 시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과연 이러한 정책들은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이 될 것인가? 우선 학교폭력 신고 교원 인센티브 제도는 학교의 교육적 계도 기능과 학교폭력의 자정 능력, 학생과 교사의 신뢰 관계를 철저히 무시한 채, 사랑하는 제자를 팔아 상을 받으라는 제도다. 학교경찰제는, 사법권이 없는 민간인이 학교에 상주하는 것이므로 이름도 적절하지 않다. 학교에 해병전우회나 전직 경찰이 사법권이 없이 들어간다면 지금의 생활지도부장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병영 체험 학습이 과거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일진회의 문화라는 것은 서열문화인 군대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렇다면 병영 체험학습은 오히려 학생들을 폭력적인 군대문화에 물들이는 결과를 부르지 않을까?

정부와 경찰은 이렇게 가해자 징계나 처벌 위주의 폭력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노동부는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강제노동을, 농림부는 농촌 체험 학습을, 외교통상부에서는 이들을 독도에 격리하겠다는 발표를 할지 모르겠다. 피해자 처지에서 학교폭력을 바라봐야 한다는 정부와 경찰이, 피해자의 인권이나 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은 제시하지 않고, 가해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 그리고 징계와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경찰은 학교폭력이 단순히 일진회라는 폭력서클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폭력은 물리적인 고통을 동반하는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집단 따돌림, 폭언과 협박 등의 언어폭력도 포함된다. 또한 피해자가 영원한 피해자라는 발상도 현실과 크게 다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나중에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따돌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폭력은 일진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3월25일 인터넷 신문인 <도깨비뉴스>에 올라온 ‘교사 폭력도 만만찮네’라는 기사를 보면,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교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무시하고 일제의 잔재로 남아있는 머리카락(두발) 규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 역시 심각한 것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행 사진이나 동영상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이렇듯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교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학교폭력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정책 남발은 오히려 더 큰 폭력을 키워낼 수도 있으며, 학생들에게 인권침해라는 무서운 폭력을 가할 수도 있다. 정부와 경찰은 폭력적 정책 남발을 중단하고, 시민사회·학부모·교사·학생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계덕/민주노동당 최연소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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