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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9 17:12 수정 : 2005.01.09 17:12

문화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물신주의 경향을 방송사들이 걸러내기보다 주도하고 있다. 공영방송사도 예외가 아니다. 연말이 되면 방송사들이 다투어 시행하는 연예 시상식이 그런데, 이 시상식은 폐지돼야 마땅하다.

신자유주의의 음영은 실질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이 가능한 곳에서 유독 돋보인다. ‘황금’이 으뜸 가치로 자리잡은 천박한 경제관이 횡행하는 요즘 우리 사회는 바로 그런 음영의 표상이다. ‘한류’ 열풍과 한국영화 관객 천만명 시대에서도 문화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어 평가되는 것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것이 아니다. 방송사들이 이런 물신주의 문화현상을 걸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주도하고 있는데, 공영방송사도 예외가 아니다. 가령 연말이 되면 방송사들이 서로 다투어 시행하는 연예 시상식이 하나의 보기인데, 이 시상식은 다음 이유들로 폐지돼야 마땅하다.

첫째, 연예 시상식은 상업적 효과를 논린 ‘방송사의 연말특수 사업’일 뿐이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도 시상식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광고특수를 노린 일종의 사업이다. 연중 각종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광고를 통해 방송사는 이미 수입을 챙겨왔다. 그 위에 별다른 노력 없이 단순히 시상을 위한 프로를 만들어 또 한번의 광고수입을 얻고, 그것이 고스란히 수상자와 방송사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이다. 국민에게서 일정 기간 부여받은 전파 사용권을 자사 배불리기에 이용한 처사다.

둘째, 각종 시상식은 대중문화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매우 부적합하다. 인기스타 위주의 시상은 차치하더라도 인기물 위주의 시상은 문화를 물건으로 치부한 것과 다름없다. 잠시 영화계로 눈길을 돌려보자. 세계 3대 영화제가 흥행작 위주의 사상으로 할리우드 상업영화만 영화제의 주인공으로 해 왔다면 요즘의 위상은 어떻게 됐을까? 텔레비전 시상식은 줏대 없는 기준과 상업적 판단 때문에 공동 수상을 남발하고 인기스타 달래기에 급급하다. 둘도 모자라, 셋을 넘기더니 심지어 10여명이 공동수상하는 상을 만들어 집단 시상식을 벌이는 풍경이 이를 방증한다.

셋째, 여타의 부작용을 고려한 개선이 대안이라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시상식에 전파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덧붙여, 방송사가 가진 시한부 전파 사용권의 법적 근원이 바로 국민이라는 점에서 자사의 이익(스타 잡아두기, 광고 수입)을 위한 방송은 명백한 위법행위다.

최근 〈교육방송〉의 한 프로그램은 ‘텔레비전 안보기 운동’을 벌여, 시청 횟수와 가족간 대화 횟수의 반비례 관계를 객관적으로 증명했다. 가족간 대화의 중요성은 가족 해체 현상에 대한 최고의 예방책이란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연말 가족애를 돈독히하고 새해를 가족과 함께 맞이하는 우리 사회의 정서와 교감하지 않는 텔레비전 연예 시상식이 올해부터는 사라지기 바란다.

송진영/동아대학교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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