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1 17:38
수정 : 2006.12.21 17:38
왜냐면
지난 12월13일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사실상 수용소)에 있는 이란,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난민 신청자 15명이 단식에 들어갔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알려달라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 다음날 이들을 만나러 화성을 방문했을 때 보호소 쪽은 이들 중 12명을 단식 하루 만에 청주와 여수로 강제이송하려 하고 있었고 면회를 막으려 했다. 항의 끝에 이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이송을 막지는 못했다. 당시 한 이란인은 이곳 직원들에게 형편없는 식사에 항의했다가 여러차례 집단구타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낸 상태였고, 아직 조사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들은 단식을 이유로 강제로 이송한 것에 항의하면서 여수와 청주 보호소에서도 지난 일요일까지 단식을 지속했다. 그러나 수용소 쪽은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지도 않고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언어, 법률 등 모든 것이 낯선 이 난민 신청자들에게 통역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고, 법적 지원은 전무하다.
이들이 애초 단식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강제송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지난 11월 난민 신청을 거부당한 두 명의 파키스탄인이 본국으로 송환돼 더욱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난민 심사가 진행 중인데도 자신들이 난민 인정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법무부는 2005년 난민 신청자가 450명으로 급증하자 ‘불법체류자’들이 체류를 연장하거나 체류 자격을 얻기 위해 난민 신청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의 난민법에도 한국 체류 중에 난민 사유가 발생했을 때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비난해선 안 된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체류 중에 난민 사유가 발생해도 신청을 결심하기까지 적잖은 고민을 하게 된다. 고국에 있는 가족들의 처지, 난민에 대한 주변의 편견, 난민신청이 거부당했을 때의 문제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이다.
한국이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1994년 이래 1008명(2006년 10월 현재)의 신청자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50명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2001년 유엔으로부터 “난민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을 받았을 정도로 난민 인정에 인색하다. 단식을 하고 있는 이 난민 신청자들은 자신들이 ‘감옥에 갇힌 범죄자’로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수용소에서 외출이 안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주일에 고작 20분 정도 좁은 운동장을 거닐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난민 심사 기간이 현재 최소 1년이 걸리는 상황이다 보니 1년 이상을 이곳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난민 신청자들을 구금 상태에 두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
더욱이 이들은 보호소 안에 갇혀 있다 보니 난민 신청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 지금 단식 중인 한 파키스탄인은 난민 신청 거부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준비하다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가 무책임하게 방기한 탓에 소송을 할 수 있는 기한(90일 이내)조차 넘겨버려 강제송환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는 수용소의 관리자에게 이런 불안함을 호소했지만, 그는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답변만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불안감 때문에 잠도 거의 잘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언어, 법률 등 모든 것이 낯선 이 난민 신청자들에게 통역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고, 법적 지원은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본국에서 어떤 박해를 당했는지, 또는 박해의 위험이 높은지를 본인이 모두 입증해야 하니 그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들은 자신들의 난민 신청 사실이 본국까지 알려졌을 때 생길 위험을 각오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외부에 알리려고 절박한 호소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들의 호소에 관심을 보여줘야 마땅하다.
이정원/이주노동자노조연대 선전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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