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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1 17:35 수정 : 2006.12.21 17:35

왜냐면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논문조작 사건의 진위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를 제보한 과학자 ㄱ씨 부부의 용기와 정신을 기리는 포상을 위해 모금활동을 시작한 뒤, 시민과학센터 등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릴레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사회에 ‘정신적 공황’이라 할 충격을 불러왔던 이 사건이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져가는 동안, 논문 조작에 관여했던 교수와 연구원들은 속속 복직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이익을 무릅쓰고 진실을 제보했던 ㄱ씨와 ㅂ씨는 그 사건으로 강제실직당한 뒤 아직까지 복직하지 못한 채 지인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 부부가 우리사회에 끼친 공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당시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 황우석 논문의 진위를 추적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들 부부의 용기 있는 결단은 자칫 세계인의 냉소와 비웃음거리가 될 뻔했던, 생각만 해도 아찔한 최악의 사태를 막고 오히려 한국 과학도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사회의 자정능력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또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책정된 국가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았다.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우리사회가 큰 홍역을 앓으며 치른 이 사건을 놓고, 최근 “어떤 사람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논문 조작에 관여했던 교수와 연구원들은 속속 복직하고 있으나 진실을 제보했던 ㄱ씨 부부는 강제실직당한 뒤 복직하지 못한 채 지인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계를…

“난 이 심각한 사기극을 처음으로 밝혀낸 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을 진심으로 찬양합니다. 난 한국이 이 사건에 그리 개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과학적 사고를 끌어내 최악의 과학사기극을 격파한 사람들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세계를 놀라게 한 비약적인 과학적 발견의 오류를 입증한다면, 그는 최고 수준의 과학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2004년 논문에서 줄기세포 형성에 큰 역할을 한 제보자 ㅂ씨는, 당시 황우석 교수로부터 난자채취 수술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던 연구원에게 그 위험성을 알리며 끝까지 수술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실제로 검찰의 수사 결과 ㅂ씨는 황우석 교수의 차를 타고 미즈메디병원에 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혼의 나이 어린 동료가 겪을지도 모를 수술 후유증을 염려하는 ㅂ씨의 따뜻한 마음씨는 위험을 감수하며 진실을 제보하게 된 용기의 바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국민의 혈세를 지키고 구조적 비리에 경종을 울린 그들 부부의 고귀한 자기 희생에 진 빚을 더 늦기 전에 우리사회가 갚아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부당한 해고에 대해 보상하고, 진료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 한다.


박소연/작가·서울 노원구 중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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